[단독] '수수료 2배' 계약 후 금품수수 의혹 조합장... 경찰, 수사 착수
[조선혜 기자]
▲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 연합뉴스 |
서울 양천구 S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로 신탁회사와 계약한 뒤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합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조합장은 조합 대의원 단체카톡방을 통해 "신탁사 선정 후에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S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 8인은 지난해 12월 조합장 A씨를 불법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최근 피고발인을 상대로 한 수사를 벌이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원 B씨는 지난달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재건축대행과 관련해 신탁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이 H신탁사 외 다른 신탁사에선 설명회를 하지 못하게 했다"며 "결국 H신탁사와 최종 계약했는데, 이후 조합장이 금품수수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987년 준공된 S아파트는 2018년 정밀안전진단 결과(D등급)에 따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20년 4월 정비구역 지정을 거쳐, 2021년 1월 재건축사업조합이 설립됐다.
입찰공고 전 긴급회의, 입찰보증금 5억 → 10억
B씨는 "2020년 9월과 12월 총 2차례의 신탁사 사전설명회가 있었는데, 당시 H신탁사만 참여했다"며 "이후 조합 총회에서 (신탁사 선정) 투표 전 H신탁사의 3차 사전설명회가 있었고, 2021년 5월 H신탁사로 최종 선정됐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다른 신탁사에는 사전설명회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탓에 타 신탁사가 입찰에 응찰하지 못했다는 것.
갑작스레 신탁사 입찰보증금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급등한 점도 타 신탁사 입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B씨는 "신탁입찰공고가 2021년 3월31일 이뤄졌는데, 15일 전인 같은 달 16일 2차 대의원회에서 긴급 안건으로 입찰보증금을 높였다"고 밝혔다.
또 그는 "H신탁사만 사전설명회를 3회나 개최한 상황에서, 신탁입찰공고 기한도 2주일에 불과했다"며 "이 과정에서 2회의 유찰이 발생했고, 이어 H신탁사와의 수의계약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도시정비법상 일반경쟁입찰에서 입찰자가 없거나, 단독 응찰의 사유로 2회 이상 유찰된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후 지난해 11월 조합장 A씨는 조합 대의원 단체카톡방에서 자신이 브로커 C씨를 통해 "신탁사 선정 후에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글에서 A씨는 "신탁사 선정 전 C씨를 통해 대의원 등이 신탁사 (선정을) 진행했고, 해결이 안 되니 조합장인 저를 초대했다"고 밝혔다.
▲ 서울 양천구 S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로 신탁회사와 계약한 뒤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합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 A씨는 조합 대의원 단체카톡방에서 자신이 브로커 C씨를 통해 H신탁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시인했다. |
ⓒ 조선혜 |
이어 "이에 따라 진행한 결과 신탁사 설명회 등에 자금이 들어갔고, 그 돈을 C씨가 해결해준다고 했다"며 "신탁사 선정 후 C씨가 신탁사에서 2억원이라는 돈을 받은 후 (저에게) 500만원을 줬다"고 덧붙였다.
A씨는 "돈을 받은 것은 잘못"이라며 "이후 C씨가 '조합장이 신탁사 선정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1500만원을 준다 했고, 이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가 수취한 총 2000만원의 자금을 조합 이사 등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B씨는 당초 H신탁사 설명회 당시 모습을 비췄던 C씨가 H신탁사 소속 직원인 것으로 알았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B씨는 "H신탁사 도시재생사업본부 부장이라고 밝힌 C씨가 H신탁사로 된 명함을 주기에 그런 줄로 알았는데, 이후 H신탁사에 직접 문의해보니 실제 담당자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품 제공 건이 문제가 될 경우 H신탁사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꼬리 자르기 하기 위해 C씨를 브로커로 고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더불어 B씨는 조합이 H신탁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알게 됐다. 지난 2021년 H신탁사가 사업 대행을 맡고 있는 북가좌6구역의 신탁 수수료율은 1.4%였고, 같은 해 다른 신탁사가 대행을 맡은 불광1구역의 수수료율은 1.5%였다.
수수료 2배 내걸었는데도 계약은 일사천리
그런데 H신탁사는 S아파트 사업대행과 관련해 2.69%로 2배 가까이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했고, 이런 상황임에도 조합이 H신탁사를 계약 당사자로 선정했다는 것.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사업 조합장은 공무원과 같은 지위가 적용돼, 관련 업체로부터 불법으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 형사처벌된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는 "도시정비법 134조에 따라 조합 임원이 형법상 수뢰, 사후수뢰 등을 저지른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제공받은 금품을 즉시 신탁사에 돌려주지 않았다면, 이를 조합에 돌려주더라도 처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에서 조합 임원을 공무원으로 보는 이유는 정비 사업과 관련한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며 "(금품수수는) 조합 임원의 자격도 박탈당할 정도의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덧붙였다.
조합장 A씨와 H신탁사는 금품수수·제공에 대해 부인했다. A씨는 지난달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H신탁사와 재개발 사업 대행 계약을 맺은 뒤 브로커를 통해 총 2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이 있다'라는 말에 "아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통화를 종료했다.
H신탁사 관계자는 금품제공 의혹과 관련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A씨가 잘못을 시인한 증거에 대해선 "처음 듣는 얘기고,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오마이뉴스> 취재 이후 H신탁사는 '밀어주기'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H신탁사 관계자는 "도시정비법상 신탁사 등 지정개발자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며 "'밀어주기'였다면 경쟁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수의계약으로 체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수료율도 과도한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며 "수수료율은 시기별, 단지별로 크게 차이가 나는데, 당시 4%대의 수수료율로 사업을 맡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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