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실적 ‘풀무원’ 비결은? K-두부 열풍…해외서도 통한 ‘바른 먹거리’
2조9935억원.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는 식품 기업 ‘풀무원’이 지난해 거둔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5.4% 늘어난 620억원을 실현했다. 근소한 차이로 ‘3조 클럽’ 가입은 무산됐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 여기 힘입어 당기순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풀무원 선전이 다소 뜬금없게 여겨질 수 있다. 풀무원 하면 딱 떠오르는 이른바 ‘킬러 브랜드’가 없는 탓이다. 식품 3조 클럽 멤버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CJ제일제당 ‘햇반’과 ‘비비고’, 동원F&B ‘동원참치’, 대상 ‘청정원’, 농심 ‘신라면’처럼 최근 국내외 관심이 집중된 제품을 풀무원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풀무원 모태 사업인 두부를 비롯해 콩나물·달걀 등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식자재 특성상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기는 힘든 구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호실적이 오히려 당연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풀무원이 ‘식물성 식품’과 ‘K푸드’라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에 해당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모두 보유했다는 점에서다.
일본 ‘두부바’, 2년 만에 매출 3배
풀무원 제품에 대한 인상이 상대적으로 흐릿한 데는 이유가 있다. 워낙 다양한 사업을 전개 중이기 때문이다. 취급하는 제품 가짓수만 1000여종. 지난해 기준 풀무원 국내외 자회사도 32개에 달한다.
풀무원 사업은 크게 4개 부문으로 나뉜다. 두부·콩나물·생면·대체육 등 식품을 판매하는 ‘식품 제조’, 위탁급식·휴게소 등을 중심으로 한 ‘식품 서비스’, 건강기능식품과 스킨케어 등을 취급하는 ‘건강케어’, 해외법인을 통해 식품을 제조·판매하는 ‘해외 부문’이다.
올해 호실적은 ‘해외’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쏠린 가운데 풀무원 두부와 생면 기반 아시안 누들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해외가 차지하는 풀무원 매출 비중은 18.8%다. 전년 동기에는 15% 수준이었다.
특히 전체 해외 매출 60% 정도를 담당하는 미국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급증한 수요에 발 빠른 대응도 주효했다. 풀무원은 2021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풀러튼 두부 공장을 증설, 지난해 11월에는 캘리포니아 길로이 생면 공장 생산라인을 늘리는 등 지속적인 설비 투자로 인해 현지 대응력을 높였다. 매출 증가와 함께 글로벌 물류비까지 안정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늘었다.
일본에서도 풀무원발 ‘K-두부’ 열풍이 뜨겁다. 풀무원 일본법인 아사히코에서 2020년 11월 선보인 스틱형 식물성 단백질 식품 ‘두부바’가 그 중심에 있다. 지난해 풀무원 일본 두부바 매출은 2년 전인 2021년 대비 40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금껏 누적 판매는 약 5800만개, 하루 평균 8만개가 일본 편의점에서 팔려 나가는 메가 히트상품으로 거듭났다. 2021년에는 일본 유력 월간지 니케이트렌드가 발표한 ‘2021년 편의점 최고의 히트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부바는 특히 일본 30대에서 50대 사이 남성에게 인기가 뜨겁다. 식사 대용, 운동 후 단백질 섭취, 건강 안주 등으로 폭넓게 소비되고 있다”며 “2022년 1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 현지 공장 생산라인을 늘린 데 이어 올해 3월 추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기존 월 218만개에서 월 300만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상 첫 연예인 모델…핵심 브랜드로
국내에선 풀무원이 핵심 전략 사업으로 점찍은 ‘지속가능식품’이 고공비행했다. 풀무원이 2022년 새로 선보인 브랜드 ‘지구식단’이 주인공이다. 지구식단은 식물성 식품과 동물복지 원료로 만든 식품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다. 식물성 숯불직화불고기, 식물성 런천미트, 식물성 텐더 등 대체육 제품을 비롯해 두부면·두부봉·두유면 등이 핵심이다.
환경보호·동물복지 등 채식을 선호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지구식단은 1년 만에 누적 매출 430억원을 기록하며 새로운 매출 효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표적인 비건 연예인으로 꼽히는 가수 이효리를 지구식단 광고 모델로 발탁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회사 창립 이래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던 풀무원이 이효리를 발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풀무원 지구식단을 육성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며 “2026년까지 지속가능식품을 식품 전체 매출의 65%까지 끌어올리고 지구식단을 연매출 1000억원 규모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경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풀무원은 국내 채식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비건 트렌드 확대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채식 인구를 감안하면 잠재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지속가능식품을 비롯해 풀무원이 추진하는 ESG 경영은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받는다. 올해 2월에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글로벌이 발표한 ‘2023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CSA)’에서 처음으로 식품 분야 글로벌 톱5에 등극했다. 이번 평가에 참여한 글로벌 식품 기업 중 상위 1%이자 국내 식품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S&P CSA는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투자에서 글로벌 공신력을 자랑하는 지표다. 평가 결과는 지속가능성과 ESG 투자 관련 지수 구성에 활용된다.
냉동 제품 조리 ‘무인 판매 플랫폼’
신사업 발굴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최근에는 무인 판매 플랫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냉동식품 조리 로봇 ‘출출박스 로봇셰프’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즉석조리 자판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자판기에서 메뉴 선택 후 결제를 하면 자판기 안에 탑재된 로봇이 즉석에서 냉동 상태 요리를 고온 조리하는 방식이다. 음식 완성까지는 약 90초가 걸린다.
풀무원 로봇 셰프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수많은 업계 관계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현장을 찾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육개장국수, 떡국, 식물성 불고기덮밥 등 한식 메뉴 3종을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지난해 말부터는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와 초대형 야외 카페에서도 운영을 시작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 구내식당과 대학교 학생식당 등 스마트 무인 식당 수요가 높은 다양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입점을 빠르게 확대 중”이라며 “올해 무인 판매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사업 다각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0호 (2024.03.13~2024.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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