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방산 대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방산 1위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세가 심상찮다. 2023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추가 해외 수출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근심거리였던 수은법 개정안은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출을 가로막던 장애물이 사라졌다. 각종 호재에 힘입어 주가는 20만원을 넘어서며 연일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 ‘최선호주’로 꼽는 보고서가 연일 쏟아진다. 방산업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독보적인 입지가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주항공 부진에도…방산 효과 톡톡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 9조3697억원, 영업이익이 7049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보다 32.7%, 76.1%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은 9923억원으로 576.9% 늘었다.
K9 자주포, 천무 등 지상 무기를 앞세운 지상 방산 부문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방산 부문은 지난해 매출 4조1338억원, 영업이익 5727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영업이익 상승을 견인했다. K9 자주포와 천무 등 지상 무기 체계 수출이 건재한 가운데, 모듈화 장약(MCS)을 영국 BAE시스템즈에 공급하는 등 수출 포트폴리오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또 다른 축인 항공우주 부문은 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1조610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이 97% 급감한 4억원에 머물렀다. 매출 자체는 여행 수요 회복에 따른 민항기 운항 증가에 힘입어 상승했다. 엔진 유지보수, 신규 부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판매량이 늘었다. 국제공동개발사업(RSP) 형태로 참여한 ‘기어드 터보팬(GTF)’ 엔진 관련 손실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 규모는 크게 줄었다. 항공엔진 업체 프랫앤휘트니와 함께 공동 개발한 GTF 엔진은 결함 문제가 발생, 리콜 명령을 받았다. 계약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리콜 부담금 중 2000억원가량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인 광학 전문기업 한화비전 매출은 1조538억원, 영업이익은 1371억원으로 집계됐다. CCTV 사업을 북미뿐 아니라 유럽으로 확대하면서 좋은 실적을 냈다.
동시에 2023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목을 잡던 문제가 2월 해결됐다.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2월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그동안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 한도가 낮아, 폴란드에 추가 금융 지원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지난해 말, 금융 지원이 지체되면서 계약이 틀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수주 잔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폴란드 K9 자주포, 천무의 잔여 물량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하지만 2월 29일 수은법 개정안 통과로 자기자본 한도 문제가 해결됐다. 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폴란드 정부의 잔여 물량 계약은 다시 순항 중이다.
실적 상승세와 호재에 힘입어 주가는 치솟았다. 3월 6일 역대 최고가인 20만4000원까지 올랐다. 3월 7일에도 20만원대를 유지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창사 이래 첫 10조 클럽에 가입했다. 1월 말 6조9920억원에서 47% 이상 커졌다.
3월 6일 증권가는 일제히 긍정 보고서를 쏟아냈다. 유안타증권(23만5000원), 메리츠증권(25만원), DB금융투자(26만원) 등이 줄줄이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2027년까지 지상 방산 부문 대규모 수주를 바탕으로 이익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유럽 추가 수주 적극 도전
2024년 전망 역시 밝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올해 지상 방산 부문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최소 20%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수출 비중은 37%에서 50%로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2023년보다 호재가 많아, 2023년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2가지다.
첫째, 수은법 문제가 해결됐다. 지난해는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 한도 때문에 폴란드로의 K9·천무 수출이 지체됐다. 판매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매출을 내는 데 차질을 빚었다. 올해는 수은법 개정안으로 문제가 해결됐다. 공백 없이 수주 계약에 맞춰 무기 인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예상 규모는 연간 K9 60문, 천무 30문 규모다. 여기에 더해 연말부터 지난해 수주에 성공했던 호주 레드백 수출이 본격화된다. 수주 계약 이후 처음으로 납품을 시작한다. 무기를 인도한 이후, 대금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레드백 판매액까지 반영하면, 매출 20% 성장은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둘째, 추가 수주 기대감이 높다. 폴란드 외 동유럽 국가들이 자체 무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트비아는 현재 노후 장갑차 교체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갑차 K21을 내세워 해당 사업 수주전에 참전했다. 튀르키예 오토카르의 툴파 장갑차, 오스트리아·스페인 합작사 지델스의 아스코드 장갑차와 경쟁한다. 라트비아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세 기종에 대한 현지 시험 평가를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호주 차세대 장갑차 사업에서 레드백을 앞세워 성공한 경험을 토대로 수주전에서 승리한다는 목표다. 다른 동유럽 국가인 루마니아에는 K9 자주포 수출을 추진한다. 루마니아 정부의 자주표 도입 사업에 참여, 독일의 PzH 2000 자주포와 경쟁 중이다. 방산업계에서는 K9의 승리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동유럽 추가 수주까지 성공한다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은 날개를 달게 된다.
리콜 분담금 발생으로 한풀 꺾인 항공우주 부문 반등도 기대해볼 만하다. 현재 한화에어로 측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입찰을 통해 우주 사업 확장을 적극 모색 중이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총괄 주관 제작사 입찰 재공고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재공고는 2월 21일 한국항공우주(KAI)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이뤄졌다. 체계종합기업 공고에 한 기업만 단독으로 입찰한 경우 재공고를 거쳐야 한다. 재공고 이후에도 단독 입찰하면 유찰 후 수의 계약으로 전환된다. 재공고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참여한 만큼 조달청은 수의 계약 형태로 체계종합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체계종합기업 경쟁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의 2파전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KAI가 1차 입찰 마감일인 2월 21일 돌연 포기했다. KAI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대신 재사용 발사체와 같은 독자적인 우주 모빌리티 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체계종합을 담당하며 우주 산업 경쟁에서 치고 나온 상황이다. 차세대 발사체까지 담당하게 될 경우, 국내 발사체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0호 (2024.03.13~2024.03.1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고민정, 최고위원직 사퇴...민주당 집단 탈당 움직임도 - 매일경제
- 재벌 배당금 1위 이재용 3200억원…바짝 따라붙은 ‘이 사람’ - 매일경제
- 군사보호구역 해제…강남 부동산 들썩이나? [김경민의 부동산NOW] - 매일경제
-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판매자 파격 조건 모집…“입점·판매 수수료 없다” - 매일경제
- “아침에 빵 먹으면 못생겨져” 무슨 근거길래 - 매일경제
- 3000만원대 ‘연비 황제’ 토요타 프리우스 [CAR톡] - 매일경제
- 코인도 ‘기술주’가 대세…AI·클라우드 관련 코인 급등 - 매일경제
- 각종 논란, 성공학을 흔들다…“장사의 신, 자청 결정타” - 매일경제
- “공짜인 척하더니”…중국 직구앱 테무, ‘테무깡’으로 소비자 기만 논란 - 매일경제
- 짝퉁·최음제·욱일기 팔아요…‘무법지대’ 알리·테무 [스페셜리포트]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