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 주주총회 눈앞… 화두는 ‘리더십 교체’

김지윤 2024. 3. 1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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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게임사들이 이달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통한 대대적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은 탓에 이름값이 있는 사령탑을 새로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의도다. 경영 최전선에 배치된 새 수장들이 실제 침체에 빠진 게임사를 건져낼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을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위메이드 등 굵직한 게임사들이 이달 주총에서 사령탑을 교체한다.

위메이드는 박관호 의장이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1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그간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사업을 전사적으로 이끌던 장현국 전 대표는 부회장직을 맡아 회사 경영을 지원한다.

박관호 대표이사. 위메이드 제공

박 대표는 국내 1세대 게임 개발자로 2000년 2월 위메이드를 설립하고 자사의 대표 게임인 ‘미르의 전설2’의 개발 및 서비스를 진두지휘했다. 2012년부터는 기업의 오너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경영 지원 업무에 주력해왔다. 이번에 대표직에 복귀하면서 지원 사격에서 벗어나 게임 개발 및 블록체인 사업의 수장으로서 최전선에서 회사를 이끈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대표 교체가 위메이드의 실적 악화와 이들이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위메이드는 2022년 연간 영업손실 80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125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위메이드는 위믹스 코인 발행·유통량 문제로 사정 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얼마 전 검찰은 위메이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회피 의혹과 코인 발행량 사기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위메이드 관련자를 소환 조사했다.

장현국 전 대표. 위메이드 제공

갑작스러운 변화에 주가도 흔들리고 있다. 전날 늦은 시간 장 전 대표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날인 15일 위메이드 주가는 11.36%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위믹스는 전날 40%까지 폭락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박 대표가 창립자이자 의장으로서 역할을 해왔고 이번에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대표를 교체했다”면서 “블록체인 사업이 축소될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전혀 무관하다. 추후 관련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재관 대표이사. 컴투스 제공

컴투스도 같은 날 신임 대표이사에 남재관 사업경영담당 부사장을 내정했다. 남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CFO), 카카오 부사장 등을 역임해온 IT 및 게임 업계 경영 전문가다. 컴투스에는 지난해 합류해 경영 기획, 인사, 재무 등 경영 전략 및 게임 사업 부문을 총괄했다. 해외와 여러 계열사의 법인 관리 및 신규 투자 등의 업무를 수행 중이다.

컴투스는 남 내정자의 경영 관리 능력과 전략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달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남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을 의결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이주환 현 대표는 제작총괄대표를 맡아 게임 개발에 전념한다. 사업과 경영 전반을 남 내정자가 이끌고 게임 전문가인 이 대표가 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투톱 경영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최고 경영진의 역할 분담과 협업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고 글로벌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무 신임 대표. 엔씨 제공

국내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3N’도 사령탑 새판짜기에 나선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게임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동 대표 체제를 도입한 엔씨소프트다. 엔씨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택진 대표와 함께 박병무 신임 대표의 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공동 대표 체제 아래 김 대표는 개발, 박 내정자는 경영 및 투자 부문을 전담한다.

박 내정자는 김앤장 변호사를 시작으로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구 로커스홀딩스),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VIG파트너스 등에서 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엔씨와는 2007년 사외이사로 인연을 맺었다. 2013년엔 기타 비상무 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자문을 담당해 내부 사정에도 정통한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리니지’ 시리즈의 경쟁력 약화, 예상 밖의 ‘쓰론앤리버티(TL)’의 부진 등으로 성장 제동이 걸린 엔씨지만 박 내정자 합류로 경영·의사결정 체계 효율이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 관계자는 “박 내정자의 역량과 전문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정헌 대표이사. 넥슨 제공

넥슨은 이정헌 넥슨 코리아 대표를 신임 대표로 내정하고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를 넥슨 코리아 공동 대표로 내세웠다.

이 내정자는 2003년 넥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여 년간 근무해온 베테랑이다. 이후 사업본부 본부장, 사업총괄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18년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로 선임돼 회사의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CAGR) 19%를 달성했다. 대표작으로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메이플스토리 M’ ‘블루 아카이브’ ‘데이브 더 다이버’ 등 다수다.

강 내정자는 ‘크레이지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등 넥슨의 대표 게임들의 개발 디렉터를 거쳐 넥슨 라이브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본부장을 역임했다. 넥슨 라이브 프로젝트의 성장을 지휘해왔으며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해 이끌었다.

언론사 출신인 김 내정자는 2013년 넥슨에 합류해 기업문화와 대외업무 담당 전무,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을 역임하며 회사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이끌었다. 2018년부터는 넥슨컴퍼니 내 사회공헌 활동을 총괄하는 넥슨재단을 설립해 주도해왔으며 이사장직을 겸임했다.

넷마블은 권영식 사업총괄 사장과 호흡을 맞출 신임 각자대표로 김병규 부사장을 승진 내정했다. 전임자인 도기욱 각자대표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 또한 조계현 대표의 임기 만료에 따라 한상우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신임 대표에 선임했다. 한 CSO는 쇄신TF장을 겸임하며 회사의 체질 개선에 직접 칼을 댄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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