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은 분산・소아 필수진료는 강화…의료체계 개편하는 정부
전공의가 떠난 대형병원 응급실에 경증환자가 몰리지 않도록 보건복지부가 분산 사업을 시행한다. 전국 43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경증·비응급환자를 인근 의료기관으로 안내하면 정책지원금을 준다. 소아 진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전문의 정책 가산’도 신설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5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 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경증 환자 분산 지원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증 응급환자가 1·2차 병원으로 옮길 때 필요한 구급차 이용료는 이미 13일부터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며 “정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환자의 신속한 전원과 협력·진료 체계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예비비 67억 5000만원이 경증환자 분산 사업에 들어간다. 중증도를 분류하는 인력은 경증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근처 병원으로 신속히 안내하면 지원금을 받는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비상진료인력의 당직 지원 등 비상진료체계 강화를 위해 이미 예비비 1285억(복지부 1254억·국가보훈부 31억)을 의결했다.
조 장관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증・비응급 환자 비율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이번 사업의 이유로 들었다. 조 장관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증·비응급 환자 비율이 (전공의 이탈 이전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27%에 이르고 있다”며 “정부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진료받는 데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공의 대다수가 이탈한 상황에서 의사 인력의 40% 이상이 전공의인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진료를 보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도권 5대 대형병원인 ‘빅5’를 포함해, 아직 입원·수술 등에 큰 구멍은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넘어온 경증환자를 진료할 진료협력병원(종합병원)도 100군데 지정한다. 이들 진료협력병원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 월 4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금을 지급하고, 기존 인력에 대해서는 1인당 월 최대 200만원을 제공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 수술·처치, 방사선치료 등 예약환자를 진료협력병원으로 연계하는 경우 두 병원 모두에 정책지원금을 준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협력병원으로 돌려보낼 유인을 가질 수 있도록 회송수가도 150%로 높인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지난 11일부터 상급종합병원 등 20곳에 파견된 공중 보건의사와 군의관에 대해서도 충분한 법적 보호와 지원을 약속했다.
조 장관은 “책임보험(의료사고 피해 보상 한도가 정해진 보험)이 가입된 의료기관은 군의관과 공보의도 포함하도록 계약을 갱신하고, 이때 발생하는 보험료 추가분은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진료 중에 발생하는 의료사고 등 법률적 문제와 관련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와 동일한 보호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가 안내한 지침에 따르면, 공보의의 최대 근무 시간은 전공의와 같은 '주 80시간'이다. 주당 40시간을 넘겨 근무하거나 파견 병원의 규정에 따라 야간·주말 근무를 하면 특별활동지원비와 시간 외 수당, 숙박비 및 식비 등을 지원한다.
응급실 과밀화 해소·공보의 지원 등을 통해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한편 소아 필수진료에 대해선 보상은 강화한다. 전병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소아 진료체계 강화 방안’을 소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유지를 독려하기 위해 최대 7천원의 ‘소아과 전문의 정책가산’을 신설했다. 중증소아 응급진료를 위해 1세 미만 100%, 8세 미만 50% 등 ‘연령 가산’도 만들었다.
핵심은 소아 중증 진료 보상 강화다. 올해 1월부터는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를 최대 52만원에서 78만원으로 인상했다. 연령에 따른 업무 부담을 고려해 1세 미만 입원료 가산을 30%에서 50%로 확대했다. 입원전담전문의의 소아 진료에 대해 50% 가산해주고, 24시간 근무 시 추가로 30%를 더한다.
중증소아를 진료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가 손실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손실분은 건강보험으로 보상한다. 현재 13개 어린이병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연말에 사후 보상할 예정이다.
24시간 의료기기에 의존하는 중증 소아의 가정 치료를 강화하기 위해 재택 의료 사업을 확대하고, 보호자 없는 단기 입원 서비스도 강화한다. 이에 약 15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며, 연간 500여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영유아와 임산부의 건강 지원도 강화한다. 올해부터 2세 미만 소아의 입원 진료에 대한 본인 부담이 면제된다.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관리를 위해 지원을 확대해 태아 당 100만원의 진료비 바우처를 지급한다.
전 실장은 “정부는 소아진료 지원 정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추가적인 대책은 마련 되는대로 추가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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