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병원비로 천만원... 독일처럼 해봅시다
'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도희선 기자]
▲ 우리도 독일처럼 반려동물 보유세를 만들면 어떨까요? |
ⓒ 오마이뉴스 |
저는 14년간 말티즈와 함께 살았고, 지금은 3살 된 반려견과 길고양이 두 마리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려동물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대부분의 개나 고양이들이 반려(伴侶)라는 말에 걸맞게 보호자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가끔 가슴 아픈 사연들이 나옵니다.
보호자에게 버림받고 누더기 꼴이 되어 야산을 떠돌거나 위험한 도로 위에서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개나 고양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버려진 반려동물은 11만 3440마리로 그중 개가 8만 393마리라고 합니다. 유기 동물 문제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인의 인식 개선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한 사람으로 반려동물의 유기를 막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 반려견 두강 마당에서 놀고 있는 두강 |
ⓒ 도희선 |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란 문구가 무색하게 2020년 18.6%였던 펫숍 구매 비중이 지난해 24%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일본은 반려동물 공급자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한국보다 개 분양가가 10배가량 비싸다고 합니다. 섣불리 분양받지 않도록 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세금은 관련 법을 만들어 반려동물의 복지를 위해 쓰여야 하겠지요.
다음으로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동물등록제의 필요성과 이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게 하고 이를 어길 시 부과하는 과태료를 지금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것입니다.
동물보호법에 동물을 유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기동물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 조항을 마련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펫샵이나 동물 보호단체에서 이 조항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약 552만을 넘었다고 합니다. 제 주변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나 지인들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병원비입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 큰 병에 걸리거나 수술을 하게 되면 비용이 부담됩니다.
십여 년 전, 키우던 몰티즈가 신장 결석으로 두 번 수술을 했고 병원비가 이백만 원이 넘었습니다. 그 당시 다니던 동물병원의 반려동물 미용사는 큰 병을 앓는 자신의 개를 위해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썼다고 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이 정도의 돈을 들여 동물을 치료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반려동물이 병들면 유기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반려동물 의료지원 공공부조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문제겠지요.
▲ 마당고양이 마당에서 쉬고 있는 길고양이 |
ⓒ 도희선 |
첫 번째 방안은 '반려동물 보유세(개에게만 적용)' 부과입니다. 독일은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부과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의 경우 면제해 준다고 합니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마릿수, 맹견 해당 여부 등에 따라 세액이 달라지지만 대체로 1년에 약 100유로(한화 약14만~28만 원)을 낸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도 지방세 형태로 약 10만 원을 걷는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농식품부는 2020년 1월 '제2차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20~2024년)'을 발표하면서 늦어도 2024년에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2022년 이후 계획은 잠정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근거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의료비 부담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부담하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유세는 병원비에 대한 걱정도 덜고 반려인의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유기 동물 발생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편의시설 확대, 의료비 부담, 반려동물을 위한 복지 등으로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간다면 보유세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통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을 통해서입니다. 지난 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약 3조 2529억 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 불어난 규모라고 합니다. 이는 정부가 반려동물 산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이 매년 수천억 원 이상이라는 말을 뒷받침합니다. 이 세금을 반려동물 의료지원과 복지를 위해 사용하면 어떨까요.
반려동물 위한 각종 지원법이 만들어지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특수목적견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KBS1의 <동물극장 단짝>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은퇴한 인명 구조견 15살 수안이의 사연을 보았습니다. 남양주 소방서 소속 인명구조견으로 활동했던 수안이는 8년간의 인명구조 활동을 마치고, 3년 전 은퇴하여 소방관 부부에게 입양되었는데요.
수안이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인명구조견, 군견, 경찰견, 검역 탐지견 등 정부에서 양성되는 여러 종류의 특수목적견이 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부처나 시스템이 없습니다. 특수목적견들은 평생 인간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며 국가를 위해 공을 세우지만 은퇴 후 삶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퇴를 하더라도 대부분이 노령에다 대형견이라 민간 입양을 꺼리며, 민간에 입양되거나 보호소에 있는 경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어 고령, 질병 등으로 인한 의료비를 입양자가 전부 부담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경상남도와 고양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은퇴한 특수목적견을 입양하는 사람에게 예방접종비, 진료비, 장례보조비,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조례를 마련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특수목적견은 평생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이들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은퇴 후에 편안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관련 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희망합니다.
▲ 밥 먹는 길고양이 ⓒ 도희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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