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KT&G 방경만 사장 선임 안돼" 반기 왜

김경미 2024. 3. 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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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KT&G 서울 사옥. 김경미 기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오는 28일 열리는 KT&G 주주총회를 앞두고 방경만 신임 사장 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40% 이상인 KT&G로서는 주총 표 대결에 ‘빨간불’이 켜진 것.

KT&G는 ISS가 행동주의펀드 측의 잘못된 데이터를 인용하고 있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사측과 반(反) KT&G 측의 힘겨루기가 격화되고 는 가운데 KT&G 차기 사장 선임도 예측 불가 기로에 놓였다.


ISS 권고, 주총 표 대결 변수로


ISS는 지난 14일(현지시간) KT&G 주총 안건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KT&G가 공정하고 투명한 대표이사(CEO) 선출 절차를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비현실적이기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의 경영 성과 악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임원을 사장 후보로 임명한 사실이 놀랍다”고 언급했다. ISS가 사외이사가 아닌 CEO 선임을 반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ISS는 KT&G가 추천한 임민규 사외이사, 곽상욱 감사위원 등의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이 추천하고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지지하는 손동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는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KT&G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후보 3명 중 2명을 선임할 계획이며 각 주주들이 1주당 2표를 행사하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 ISS는 “회사의 자본 배분 실적이 저조한 점을 볼 때 주주 신뢰 회복을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이 필요해 보인다”며 “집중투표제를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주주들이 손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지지표를 결집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G는 “ISS와 행동주의펀드가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FCP가 사실과 다른 데이터를 근거로 일방적으로 주장한 결과를 ISS가 인용했다는 설명이다. KT&G 측은 15일 ISS와 주주들에게 발송한 입장문에서 “ISS가 명분 없는 반대 권고를 하며 CEO 공백 등 전체 주주가치가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반대 권고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을 볼 때, 회사에 대한 편견을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FCP 반대, 이번엔 통할까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중구 KL파트너스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KT&G 지배구조와 주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ISS가 KT&G의 안건을 반대하고 기업은행과 FCP의 손을 들어주며 KT&G 주총 표 대결도 ‘안갯속’에 빠졌다. 기업은행은 지난 12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공시하고 방 사장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은 “KT&G의 최대주주로서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통한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며 “기업은행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에 찬성을, KT&G 이사회가 제안한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주주제안을 통해 KT&G 사외이사 후보로 나선 이상현 FCP 대표는 표 분산을 우려해 후보직을 사퇴하고 기업은행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2022년부터 KT&G 지배구조 개선 운동을 벌이고 있는 FCP는 이번 주 초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을 만나 주총 표결에 대해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전날 열린 국내 주주 대상 온라인 설명회에서도 “KT&G의 거버넌스 문제가 해결될 경우 현재 11조9000억원 수준인 시가총액이 4년 내 4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며 방 사장 후보에 대한 반대표를 행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2018년 백복인 현 사장 연임 당시에도 반대표를 던졌지만 당시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정부가 민간기업 지배구조에 개입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중립을 취했고 백 사장 연임안은 가결됐다.


주총 결과 안갯속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는 ISS의 등판으로 외국계 지분의 표심이 기업은행과 FCP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업계에서는 글로벌 투자자의 약 70%가 ISS 의견을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KT&G 지분의 40% 이상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ISS 권고에 따라 움직일 경우 방 사장 선임안은 부결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KT&G의 단일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은 7.11%, 국민연금은 6.64%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FCP의 지분은 약 1%다. KT&G측 우호 지분은 우리사주조합 등을 포함해 약 10%로 추산된다. KT&G 주총은 오는 28일 대전 대덕구 KT&G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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