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독재’종식하겠단 야당의 역설…결과는 與野 모두 과반 공천
4·10 총선에 출마한 검사 출신 정치인은 두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공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 독재 종식’을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도 공천 신청한 검사 출신 정치인 중 절반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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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공천될 확률…국민의힘 60%, 민주당 53%
중앙일보가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와 각 정당의 발표 등을 종합한 결과, 국민의힘에 공천을 신청한 검사 출신은 35명이었고 이 중 공천된 인사는 21명(60%)이었다. 나머지는 경선 탈락하거나 공천 배제(컷오프)됐다. 민주당에선 15명이 공천을 신청했고 8명(53.3%)이 공천장을 받았다. 경선 탈락하거나 공천 배제된 7명 외에 중도 포기자(소병철 의원)도 있었다.
이들 중 국회의원 선출 경험이 있는지를 따져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전·현직 의원 14명 중 10명(71.4%)이 공천장을 받아 금배지 프리미엄 경향이 두드러졌다. 21대 국회 현직 의원으로만 좁히면, 6명 전원(권성동·권영세·김도읍·정점식·박형수·유상범)이 공천장을 받았다. 국민의힘에서 검사 출신 현역은 공천 불패였다.
21명 중에선 11명(52.4%)이 공천장을 받은 신인 중에선 윤석열 대통령 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연이 있는 인사가 많았다. 주진우(부산 해운대갑)·이원모(경기 용인갑) 후보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인서비서관 출신이다. 김진모(충북 청주서원) 후보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근무 시절 한 위원장의 상관이었고, 최기식(경기 의왕-과천) 후보는 한 위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27기)다.
반면 민주당은 신규 유입 비율이 조금 더 높았다. 전·현직 의원은 6명이 도전장을 냈고 3명(50%, 백혜련·송기헌·주철현 의원)이 공천장을 받았다. 21대 국회 현역 김회재(전남 여수을) 의원은 친명계 조계원 당 부대변인에게 졌고, 소병철(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의원은 친명계가 압박을 해오자 “공정한 공천을 해달라”며 레이스를 포기했다.
민주당의 검사 출신 신인 9명 중에선 5명(55.6%)이 공천을 받았다. 모두 친명(親明·친이재명) 또는 반윤(反尹·반윤석열) 색채의 인물들이다. 박균택(광주 광산갑)·양부남(광주 서을)·김기표(경기 부천을)·이건태(경기 부천병) 후보는 이 대표 또는 이 대표 측근의 대장동 의혹 등을 변호한 친명계다. 이성윤(전북 전주을) 후보는 대표적 반윤 검사로 유명하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거나, 문재인정부에서 민주당에 대한 충성심 테스트를 통과한 인물들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평균 공천율 30%…국회 “법조계 출신, 이념적 갈등 심화”
검사 출신이 갖고 있는 공천 프리미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공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민주당을 제쳐두고, 국민의힘만 보면 검사 출신은 다른 직군 출신의 정치인 보다 공천 확률이 두 배 가량 높다. 국민의힘에 공천을 신청한 전체 인사 총 858명을 지역구(254석)에 한 명씩 다 공천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공천을 받을 확률은 29.6%에 불과해서다.
정당들이 검사들을 선호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로는 검사들의 ‘공격력’이 꼽힌다. “단순한 정치적 사건조차 형사사건적 의미를 부여해 수사를 유도하고, 다양한 정보를 가공하고 유통하는데 검사만한 기술자가 없다”(검사 출신 현역 의원)고 한다.
그러나 양대 정당의 이런 인재 선출방식이 결과적으로 검찰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출신의 한 전직 의원은 “정치권이 국민의 검사(檢事)를 진영의 검사(劍士)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직 검사들도 여의로 달려가는 선후배들에 냉담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검사 출신 정치인들 중에 뚜렷한 소신을 갖고 리더다운 모습을 보인 정치인이 있는지 의문이다”(현직 검사장),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전직들 때문에 현직에 남아있는 검사들이 오해받고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재경지검 부장검사)고 불만이다.
지난 1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해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법조계 출신 의원이 국회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며 “다양한 사회집단들이 국회에서 대표될 수 있도록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부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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