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선발, 토너먼트 방식으로”…대입 개편에 머리 맞댄 서울대
“대학 입시 제도는 공공재다. 젊은 인재의 능력을 평가하고 인적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개천의 용을 가려내던 이런 역할을, 현 입시제도는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진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15일 오후 서울대 관정관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원 교육개혁TF 2차 심포지엄에서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 말이다. 심포지엄은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서울대 교수 네 명이 각자의 관점으로 대학입시 개혁 방향을 제안하는 자리였다. 연구 총 책임자는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이다.
“학교 대표 뽑아 전국 경쟁하는 비례선발 필요해”
김 교수는 이날 학교에서 뽑힌 대표 학생끼리 2차 평가를 거치는 ‘비례경쟁 선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예선 후 전국 본선을 거치는, 일종의 토너먼트 방식이다. 1차에선 내신과 수능으로 2차 평가자를 선발하는데, 수는 각 학교의 규모에 비례해서 뽑는다. 2차에선 시험, 면접 등에서 정답 없는 열린 문제로 창의력을 평가한다. 김 교수는 “학생 입장에선 1차 경쟁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무의미한 지식까지 과도하게 암기하며 고통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우려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토론자인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전국단위 경쟁이 이뤄지면 내 옆 학생은 친구지만, 비례경쟁 선발이 되면 학교 친구도 경쟁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진짜 인재를 가려내기 위해 입시를 정교화할수록 입시준비는 더욱 치열해지고 부모의 지원은 더욱 중요해진다”며 “서울대가 줄넘기 하나만 가지고 학생을 뽑는다해도 수험생들은 모두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다시 입시 복합성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간다하면 일명 수능, 내신, 면접 모두 준비해야 하는 일명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재현될 수 있다”며 “근본적으론 대입 규칙의 변경뿐 아니라 구조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전공 학과로 입시 부담 줄어들 것”
한숭희 교육학과 교수는 대입 개편의 한 방안으로 무전공 학과, 편입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대학입시는 대학 입학과 전공 선택 두 단계의 경쟁 압력이 있는데 이를 분산하는 게 무전공 입학”이라며 “대학 입학 후에도 지속적으로 적성을 찾고 대학 전공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수 대신 편입으로, 사교육시장에서의 경쟁을 대학 안으로 끌어들이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온 김명환 서울대 수리과학부 명예교수(전 상산고 교장)는 “당장 학과의 벽을 허물기 힘들다면 정원의 일부를 학과로 뽑고 나머지는 무전공으로 뽑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전공이 활발해지면 전국의 시군구에 실제로 거주하는 인구에 비례해 1~5명 정도를 할당해 선발하는 지역할당제도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 관련 연구를 다수 진행했던 송진웅 물리교육과 교수는 서술형, 논술형 평가 도입을 주장했다. 송 교수는 “객관적인 상대평가는 서술, 논술형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중앙채점센터, 교육과정평가지원센터 등이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심포지엄에 나온 제안대로 지원자가 공교육으로 쌓은 역량을 제대로 선별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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