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약이라더니…러 발리예바 2년간 투여한 약물 '충격'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기간 중 도핑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 추문을 빚은 러시아 피겨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7)가 13세~15세 사이에 무려 56가지 약물을 투여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단지 타임스는 14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결문을 인용해 “(러시아대표팀) 주치의 3명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2년 동안 발리예바에게 심장약과 근육강화제, 경기력 향상제 등을 칵테일처럼 섞어 투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발리예바가 양성 반응을 보인 약물 목록에는 스테로이드 계열 호르몬인 엑디스테론을 비롯해 폐활량을 증가시키는 하이폭센,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바꿔주는 L-카르니틴, 근력을 향상시키는 아미노산 보충제 크레아틴, 피로감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는 스티몰 등이 포함됐다.
발리예바측 의료진은 CAS에 “발리예바가 14세 때 심장병 진단을 받았고, 이에 심장약을 복용한 것뿐미며 도핑 양성 반응 물질은 치료제 혼합물의 일부”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진의 이러한 설명은 올림픽 당시 “심장약을 복용한 할아버지와 주방용품을 함께 쓰는 과정에서 약 성분의 일부가 몸에 들어온 것”이라 주장한 발리예바 본인의 주장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발리예바는 베이징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를 앞두고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돼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사건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자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CAS에 RUSADA와 발리예바를 제소했고, CAS가 지난 1월 발리예바에게 4년 간의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타임스는 러시아 정부 또는 체육회의 조직적인 관여가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발리예바에게 약물을 투여한 3명의 의료진 중 한 명인 필리프 슈베츠키 박사는 지난 2010년부터 러시아 피겨대표팀과 함께 하는 인물”이라 언급한 타임스는 “그는 2007년에는 러시아 조정대표팀의 주치의로 활동하다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투여한 혐의로 2년 간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이력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발리예바는 결국 징계를 받았지만, (도핑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 명의 팀 주치의와 러시아 피겨대표팀을 이끈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올리비에 니글리 세계반도핑기구(WADA) 사무총장은 “시작부터 결말까지 충격적인 사건”이라면서 “약물 투여를 주도한 어른들을 보호하기 위해 발리예바가 희생된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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