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톱5’ 빠진 중국…지난해 해외 직접 투자 22%↓
지난해 해외 직접 투자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이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대(對) 중국 투자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기획재정부가 15일 발표한 ‘2023년 연간 해외 직접 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해외 직접 투자액은 633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2년 투자액(815억1000만 달러) 대비 22.2% 줄었다. 감소 폭이 2002년(31.6%) 이후 21년 만에 가장 컸다.
해외 투자는 꾸준히 늘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81억8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2021년 768억8000만 달러, 2022년 815억1000만 달러로 회복하나 싶더니 지난해 다시 2019년 654억9000만 달러 수준으로 돌아갔다. 투자액이 많은 ‘톱5’ 국가는 미국(277억2000만 달러), 케이맨 제도(61억7000만 달러), 룩셈부르크(49억5000만 달러), 캐나다(36억 달러), 베트남(26억4000만 달러)이었다. 케이맨 제도와 룩셈부르크는 개인·법인에 대한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세율이 매우 낮아 대표적인 '조세 회피처'로 꼽힌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업 투자가 256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5% 줄었다. 제조업(202억5000만 달러)·부동산업(42억4000만 달러)도 각각 19.7%, 4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투자가 40.1% 늘어난 광업(33억8000만 달러)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해외 직접 투자가 줄었다.
탈(脫)중국 영향이 컸다. 중국 투자액은 18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78.1% 줄었다. 중국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해외 투자 ‘톱5’에서 빠졌다. 현대차가 중국 현지 공장을 매각하고, 삼성전자나 2차전지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도 대(對)중 추가 투자를 줄이는 추세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미·중 공급망 갈등이 장기화하고 중국 경기가 침체한 영향을 받았다”며 “반도체·2차전지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미국 투자가 늘고, 중국 투자는 위축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고금리 기조, 중국 경기둔화, 유럽의 지정학적 위험 등 요인이 해외 투자를 전반적으로 위축시켰다”고 설명했다.
해외 직접 투자는 장기 관점에서 해외 현지법인을 세워 운영하거나, 해외 기업에 출자해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다. 자본(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해외 간접 투자와 구분된다. 해외 직접 투자가 늘면 기업 생산비를 줄이고 해외 시장·판로를 확대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주력 산업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고용·투자 기회를 뺏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글로벌 경기나 기업의 경영 판단에 따라 해외 투자가 줄 수 있지만, 줄어든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게 관건이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급망 갈등, 탈세계화 추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려는 ‘유턴 기업’ 관련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해외에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푸는 등 줄어든 해외 투자를 국내 투자로 유인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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