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과 욕망의 탐색 여정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2024. 3. 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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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분위기와 생각지도 못한 세계관으로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영화감독이 있다.

영화 '송곳니' '더 랍스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까지 모든 작품에서 감독의 세계관이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는 전위적이면서 실험적인 태도로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탐구한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벨라와 갓윈의 삶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욕망 그리고 정체성을 탐색해 그들과 같이 우리 또한 가여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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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여운 것들’

오묘한 분위기와 생각지도 못한 세계관으로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영화감독이 있다. 바로 그리스 출신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어딘가 비뚤어진 것 같은 느낌을 섬뜩하리만치 전달한다. 영화 ‘송곳니’ ‘더 랍스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까지 모든 작품에서 감독의 세계관이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에 신작 ‘가여운 것들’은 좀 더 낯설고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프랑켄슈타인으로 되살아난 젊은 여성이 방탕한 변호사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스코틀랜드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가 1992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강물에 몸을 던져 죽어가는 임산부를 목격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 분)는 천재적이지만 기괴한 아이디어로 임산부의 몸에 태아의 뇌를 이식할 생각을 한다. 그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난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 분)은 갓윈의 보호를 받으며 나날이 성장하고 시간이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 넘쳐난다. 그때 아름다운 벨라에게 반한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 분)이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자고 제안하자, 벨라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그와 함께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나고 처음 보는 광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된다.

영화는 전위적이면서 실험적인 태도로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탐구한다. 독특한 미장센으로 비현실적이고 기묘한 우화를 선보였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초현실주의적인 미장센과 풍자로 자신의 한계를 넓혔다. 또한 벨라는 리스본과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파리를 여행하는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해 나가고, 성적 욕망에 눈뜬 후에는 이러한 욕망을 숨기지 않고 충족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이성이나 미적, 도덕적 선입견에 의한 통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내적 변화를 조명한다.

여성성을 찾아가는 여정도 그린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거부하는 벨라는 남성과 대립한다. 여기에서 남성은 억압을 상징하며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에게만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통념을 의미한다. 벨라는 성장할수록 성적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더욱이 그것으로 경제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면서 돈을 벌면서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매춘을 한다. 실제로 남성에게 성적 욕구는 자연스러운 본능으로 치부되지만, 여성에게는 저급하고 부도덕한 일이라고 간주된다. 영화는 벨라를 통해 여성의 성장기를 다루는 동시에 위선적인 성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엠마 스톤의 연기 또한 비범하다. 영화 ‘라라랜드’ ‘크루엘라’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 그녀의 연기는 선과 악의 경계가 없는 갓난아이부터 타락하고 고뇌하면서 성장하는 어른의 모습까지 방대한 스펙트럼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긴 러닝타임 동안 과감한 노출은 물론 전위적인 연기 스타일로 시종일관 관객을 집중하게 만들며 새로운 연기 도전을 시도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4관왕을 수상했으며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등에서 상을 쓸어 담고 있는 이유다.

우리는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 남을 속이기도 하고 남에게 해를 입히기도 한다. 성적, 인종적 차별을 통해 지배구조를 만들려고도 한다. 세상은 이해하기 쉽지 않고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본성 또한 파악하기 어렵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벨라와 갓윈의 삶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욕망 그리고 정체성을 탐색해 그들과 같이 우리 또한 가여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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