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너 마저... 마블 실패 답습한 히어로 영화의 추락
[김상화 기자]
▲ 영화 <마담 웹> 포스터 |
ⓒ 소니픽쳐스 |
마블과 DC의 슈퍼 히어로들이 무기력하게 극장가에서 무너지고 있다. '흥행 불패'였던 디즈니와 마블의 '토르', '블랙 팬서', '앤트맨' 등 인기 캐릭터를 앞세운 후속작들은 속속 미흡한 성적을 거뒀다. 워너 브러더스와 DC 역시 '블랙 아담', '샤잠', '아쿠아맨' 등 코믹스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화면 밖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
이와 같은 흐름에 소니픽쳐스마저 휩쓸리고 있다. '스파이더맨'을 기반에 둔 독자적인 소니-마블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지만 간판 스타인 스파이더맨 실사판과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베놈> 시리즈가 간신히 체면을 유지했지만 <스파이더맨>에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완성도와 매출을 기록했고, <모비우스>는 전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서 '최악의 마블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13일 국내 개봉한 <마담 웹> 역시 그간 히어로 영화들과 다를 바 없이 실망스런 내용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무리수였던 극장판 영화 제작은 디즈니, 워너, 소니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굴지 스튜디오들의 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 영화 <마담 웹>의 한 장면. |
ⓒ 소니픽쳐스 |
1973년, 임신한 몸을 이끌고 페루 밀림 숲을 나홀로 누비던 콘스탄스 웹은 초능력을 지닌 독거미를 채집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불순한 목적을 지닌 채 그의 주변을 살피던 경호원 이지키얼 심스(타하르 라힘 분)에게 목숨을 잃고 만다. 기적적으로 원주민 아라냐의 도움으로 세상에 태어난 콘스탄스의 딸, 카산드라 캐시 웹(다코타 존슨 분)은 시간이 흘러 2003년 미국 뉴욕의 구급대원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교통사고 현장에서 강물로 추락하게 된 캐시는 이후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다. 아주 가까운 시점의 미래를 읽게 되는 신기한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같은 시간 독거미로부터 초능력을 얻고 살아가던 이지키얼 심스는 날마다 3인의 소녀로 인해 자신이 죽게되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이것이 자신의 미래라고 판단한 그는 문제의 소녀들을 찾아 자기 손으로 먼저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우연찮은 기회에 소녀들의 미래를 읽게 된 캐시는 3명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이지키얼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앞날을 미리 보는 것 말곤 여타의 능력이 전혀 없는 캐시는 어떻게 가공할만한 초능력자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 영화 '마담 웹'의 한 장면. |
ⓒ 소니픽쳐스 |
마담 웹이라는 캐릭터는 대중들에겐 낯선 인물이다. 1980년 발행된 코믹북 < The Amazing Spider-Man >을 통해 처음 탄생한 인물이지만 딱히 히어로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원작 만화책에선 '미래를 예견하는 초능력자 할머니'처럼 그려졌기 때문에 독립적인 영화물로 제작되기에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스파이더맨 및 관련 캐릭터들의 영상 판권을 지닌 소니픽쳐스는 '원조집' 마블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면서 꾸준히 작품 수를 늘려왔지만 결과는 범접할 수 없는 스파이더맨의 인기만 확인시켜줄 뿐이었다.
영화 <모비우스>에 실망했던 팬이라면 <마담 웹>은 그나마 남은 소니-마블 히어로에 대한 기대감마저 날려버린 작품이다.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 속에서 주인공 캐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능력을 터득하고, 소녀들을 구하면서 악당과 맞서는 일련의 과정은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 관객들을 설득하고 영화 속으로 전혀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소니로선 여성 캐릭터들을 앞세워 스스로의 힘으로 악을 물리치는 '자립형 히어로'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의도였겠지만, 영화에서 이 과정은 설득력 없이 표류하고 만다. 매력 없는 주인공과 악당 캐릭터의 대향연, 빈약한 CG와 액션 신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꼭 봐야할 당위성마저 꺾어 놓는다.
▲ 영화 '베놈2', '크레이븐 더 헌터' 포스터 |
ⓒ 소니픽쳐스 |
<마담 웹>은 분명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이지만 이전 영화들과의 연계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영화와 OTT 시리즈의 과도한 연결고리로 인해 복잡함을 안겨준 디즈니, 마블과는 사못 다른 방향 설정으로 엿볼 수 있다. 캐시의 동료 이름이 스파이더맨/피터 파커의 삼촌과 같은 '벤 파커'라는 설정으로 살짝 미끼를 던지긴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어설프게 구상한 맥거핀 효과는 영화의 재미를 키우지 못했다. 3인의 소녀가 훗날 스파이더우먼으로 성장한다는 설계도를 만들어 놓았지만 처참한 흥행 성적을 감안하면 2편 제작이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보인다. OTT 혹은 TV 시리즈물 정도로 적합한 소재로 무리하게 판을 키운 소니의 과욕은 히어로 마니아들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올해 하반기 소니는 <크레이븐 더 헌터> <베놈3: 더 라스트 댄스>의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영화 팬들로선 기대보단 걱정과 우려스러움이 크다. <마담 웹>이 잘못 끼운 단추를 두 작품은 과연 제대로 채워넣을 수 있을까? 이런 식의 제작이 지속된다면 히어로 영화의 미래는 극 중 캐시조차 예견하지 못할 만큼 암흑 그 자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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