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우승 이끈 김주성 감독, 그가 원주의 역사였다

이준목 2024. 3. 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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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원주 DB, 2023-2024 프로농구 정규 리그 우승... 김주성 감독 체제 1년 만의 성과

[이준목 기자]

'전설' 김주성 감독이 이끄는 원주 DB가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14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경기에서 DB는 연장 접전 끝에 107-103으로 승리하며 38승 10패(.792)를 기록하며 남은 6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DB의 정규리그 우승은 2019-20시즌에 이어 4년 만이자, 통산 여섯 번째로 울산 현대모비스(7위)에 이어 역대 2위다. 다만 2019-2020시즌은 서울 SK와 공동 1위였고 코로나19로 인하여 시즌을 다 마치지 못하고 중단되며 플레이오프없이 종료되었기에 우승 세리머니를 펼칠 기회는 없었다. 풀시즌을 완주하여 정식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은 김주성 감독의 현역 마지막 시즌이던 2017-2018시즌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DB는 올시즌 개막 이래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정관장에 이어 2년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KBL 역사상 최초다. 또한 DB는 48경기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며 역대 두 번째로 빠른 조기 우승 기록을 세웠는데 1위 역시 2011-2012시즌 DB(당시는 동부)가 기록한 47경기(최종성적 44승 10패)였다. 만일 DB가 올시즌 남은 6경기를 전승하면 당시 수립한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다승과 타이기록을 수립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올 시즌을 포함하여 그동안 DB가 이룩한 모든 찬란한 우승 역사의 중심에는 바로 김주성 감독이 있었다. 원주 DB의 프랜차이즈스타이자 원클럽맨 출신인 김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해 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또 하나의 역사를 수립했다.

김 감독은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2002년 DB의 전신인 TG삼보에 입단하여 프로생활을 시작했고 팀명이 동부와 DB로 변해가면서 2018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오직 원주에서만 선수생활을 보냈고 영구결번까지 이뤄낸 '성골 중의 성골'이다. KBL에서는 양동근(울산 현대모비스)-추승균(부산 KCC)-양희종(안양 정관장) 등과 더불어 '원클럽맨'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DB는 김주성 감독이 입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규리그-챔프전 우승 경험이 전무한 중하위권 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2-2003시즌, 김 감독이 입단한 첫해부터 일약 챔프전 우승을 달성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DB의 정규리그 순위는 3위로 4강 직행(1, 2위)을 하지 못하고도 챔프전에서 우승한 팀은 사상 최초였다. 또한 2년 차인 2003-2004시즌에는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 2004-2005시즌에는 창단 첫 통합우승을 연이어 달성하며 매년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김 감독은 개인 성적으로도 정규리그 MVP 2회, 통산 1만 득점, 4천 리바운드, 1037 블록슛(역대 1위) 등을 기록했고, 여기에 국가대표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두 번이나 차지하며 한국농구의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선수 은퇴 후에도 곧바로 코치에서 감독까지 공백기없이 무려 22년째 DB와 동행을 이어오며 구단 역사의 산 증인이 됐다. 이는 역시 KCC의 전신인 대전 현대 시절부터 선수-코치-감독 코스를 모두 거친 추승균(1997-2018) SPOTV 해설위원의 21년을 뛰어넘는 KBL 역대 단일팀 최장 근속기록이기도 하다.

또한 김주성 감독과 함께한 시간 동안 DB는 통산 6회의 정규리그, 3회의 챔프전 우승을 달성하며 명실상부 KBL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자리잡았다. 우승뿐만이 아니라 김주성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16시즌 동안, DB가 최소한 6강 이내에 들지 못한 것은 불과 3번 뿐이었다.

흔히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김주성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벌써 한 획을 그었다. KBL 역사상 감독 데뷔 첫해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인물은 2002년 김진 전 대구 동양 감독, 2022년 전희철 서울 SK 감독에 이어 김주성 감독이 세 번째다. 이 중에서 한팀에서만 선수-감독-코치로 모두 우승해본 인물은 김 감독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지난 2022-2023시즌 성적 부진으로 사임한 이상범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대행으로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5경기에서 11승 14패의 성적을 거두며 팀순위를 7위까지 반등시켜 지도자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올시즌 정식 감독으로까지 선임되는 데 성공했다. 2000년대 이후 프로에 데뷔한 선수 출신 중 감독에 오른 것은 김주성이 최초였다.

DB는 지난 몇 년간 좋은 선수구성에도 불구하고 주전들의 잦은 부상과 외국인 선수 농사의 실패 등으로, 가진 잠재력에 비하여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시즌도 DB는 대대적인 전력보강으로 화려한 이름값을 갖춘 SK나 KCC, KT 등에 비하여 우승후보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정식 사령탑으로 첫해를 맞이하는 초보 김주성 감독의 리더십에도 물음표가 달렸다.

하지만 김주성 감독은 이러한 의심을 불식시키듯 불과 1년 만에 지난 시즌 6강조차 오르지 못했던 팀을 단숨에 리그 최강으로 바꾸어놓았다. DB는 지난해 10월 정규리그 시작과 동시에 개막 7연승을 내달리며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7연승 2회, 6연승과 5연승도 각각 한 차례씩 기록했고 매월-매라운드마다 5할 미만의 승률로 떨어져본 적이 없을만큼 꾸준했다.

김주성 감독은 검증된 외국인 선수이자 테크니션인 디드릭 로슨을 영입하며 토종빅맨 김종규-강상재와 더불어 자신의 현역 시절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트리플포스트'를 구축했다.

로슨은 이번 시즌 22.7득점 10리바운드 4.7어시스트로 이전 소속팀이던 고양 오리온과 캐롯 시절보다 향상됐다. 주장 강상재는 14.1득점과 6.3리바운드 4.3어시스트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으며, 김종규도 12득점에 6.2리바운드1.3 블록, 6할에 이르는 필드골 성공률(59.9%, 리그 2위)로 골밑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한 필리핀 출신 아시아쿼터 이선 알바노는 어시스트는 리그 전체 1위(6.7개)에 올리며 3점슛 성공률 41.3%, 1.5 스틸을 기록하며 국내 선수들을 제치고 리그 최고의 야전사령관으로 자리잡았다. 박인웅, 서민수, 김훈, 유현준 등 벤치 멤버들도 탄탄하다.

지금이야 결과적으로 DB의 선수 구성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지만,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물론 강상재, 김종규, 로슨 등은 모두 이전부터 준수한 선수들이기는 했으나, 그동안 부상이나 플레이 스타일의 약점 때문에 가진 능력을 충분히 극대화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DB에서 서로가 서로의 장단점을 유기적으로 보완하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을 하나의 조합으로 엮어낸 김주성 감독의 공로라고 할 수 있다. DB는 국내와 외국인 선수를 아울러 한 팀에서만 MVP 후보를 4명(로슨, 알바노, 김종규,강상재)이나 배출해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또한 DB는 올시즌 유일하게 경기당 팀득점 90점대(90.8점)을 넘기는 화끈한 공격농구로 성적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김 감독은 DB에서 선수 시절부터 오랜 시간 활약하며 팀의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으며 구단의 지지와 위상도 탄탄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선수들이 종종 느슨해진 플레이를 보이기라도 하면 작전타임 때 "다 나가!"라고 호통을 치며 카리스마를 발휘한 장면, 은퇴를 생각하던 유현준을 면담 끝에 설득하여 마음을 돌려놓는가 하면, MVP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 두경민이 이적을 요청하며 팀분위기를 흐리자 과감하게 전력에서 배제하고도 팀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았던 것 등은 초보 사령탑임에도 김 감독이 선수단 분위기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팬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김주성 감독의 다음 목표는 이제 16년 만의 통합 우승이다. DB는 김주성 감독의 현역 5년차이던 2007-2008시즌을 끝으로 더 이상 챔프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김 감독의 워낙 화려한 우승 커리어 때문에 가려졌지만, DB는 2008년 이후로는 준우승만 4번(2010-11, 2011-12, 2014-15, 2017-18)이나 기록하며 2인자의 설움을 겪어야했다. 특히 2011-12시즌과 2017-18시즌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프전에서 2위팀에게 '업셋'을 당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DB는 김주성 감독이 은퇴한 2018년 이후로는 최근 5시즌간 DB는 4번이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할 만큼 부침을 겪었다. 선수로서 DB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 감독이, 이제는 사령탑으로 돌아와 부임 첫해만에 몰락한 팀을 다시 우승권으로 부활시켰다는 것은 NBA에서도 보기 힘든 영화같은 스토리다. '승자의 DNA'를 타고난 남자인 김주성 감독이 내친 김에 DB를 통합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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