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 유? 제가 1억 달러 받게 만들었죠"...이범호 감독이 떠올린 WBC의 추억 [잠실 현장]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15년 전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대결을 회상하며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또렷하게 당시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범호 감독은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2024 신한 SOL BANK KBO 시범경기에 앞서 다르빗슈 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다르빗슈 유는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김하성, 고우석을 비롯한 동료들과 한국땅을 밟았다. 오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맞붙는 2024 시즌 정규리그 개막전 선발등판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범호 감독은 "다르빗슈 유가 샌디에이고 선수들과 입국했다는 소식은 알고 있다. 나도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이 생생하게 생각난다"며 "내가 (다르빗슈 유를) 1억 달러 이상 받게 만들어놨다. 그때 다르빗슈 유 선수가 정말 쫄깃한 게임을 했기 때문에 1억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가 되지 않았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현역 시절 2006년 WBC 초대 대회와 2009년 2회 대회에 참가했다. 2009 WBC에서는 8경기 타율 0.400(20타수 8안타) 3홈런 7타점 OPS 1.358로 맹타를 휘두르며 한국 야구의 준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2009 WBC 공식 올스타팀 3루수에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이범호 감독은 특히 2009 WBC 결승전에서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한국이 2-3으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1·2루에서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극적인 1타점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한국은 이범호 감독의 한방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다르빗슈 유는 2009 WBC 9회말 이범호 감독에게 일격을 당하며 끝내기 패배 위기에 몰렸다. 한국은 계속된 2사 1·2루에서 고영민(현 롯데 주루코치)의 끝내기를 기대했지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다르빗슈 유는 이후 일본이 5-3으로 앞선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한국 타선을 실점 없이 막고 일본의 우승에 기여했다.
한국은 비록 연장전에서 일본에 무릎을 꿇으며 WBC 정상을 밟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의 투혼과 경기력은 극찬을 받았다. KBO리그도 제2의 르네상스를 맞았고 10개 구단 체제로의 확장과 신 구장 건설 등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범호 감독의 경우 2009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진출했다. WBC에서의 맹활약이 높은 평가를 받은 영향이 컸다.
이범호 감독은 "2010년 소프트뱅크에서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때 다르빗슈 유를 만났다. 그때 소프트뱅크 소속이던 가와사키 무네노리 선수가 다르빗슈 유와 함께 훈련하고 있었는데 나를 데리고 가서 다르빗슈 유와 인사를 시켰다. (너무 갑자기라서) 나는 뻘쭘했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다르빗슈 유는 2011 시즌을 끝으로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즈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6년 총액 6000만 달러를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2018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6년 최대 1억 5000만 달러, 2023년에는 2028년까지 6년 총액 1억 800만 달러의 대박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까지 빅리그 통산 266경기 103승 85패, 평균자책점 3.59의 커리어를 쌓았다. 박찬호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투수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승(124승) 기록에 가장 근접한 현역 선수다.
2024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 2연전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다.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이하 서울시리즈)'로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가 격돌한다.
서울시리즈 개막 전에는 3월 17일과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스페셜 게임 4경기도 예정돼 있다. 17일 오후 12시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 오후 7시 팀 코리아(한국 대표팀)와 샌디에이고, 18일 오후 12시 샌디에이고와 LG 트윈스, 오후 7시 팀 코리아와 다저스의 경기가 진행된다.
올해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는 미국 50개 주와 캐나다 이외의 지역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9번째로 열리는 오프닝 시리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다. 1999년 멕시코 몬테레이, 2000·2004·2008·2012·2019년 일본 도쿄, 2001년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2014년 호주 시드니에서 개막 시리즈가 열렸다.
'야구의 세계화'를 강조 중인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서울에서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MLB 월드투어를 진행한다. MLB 월드투어는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선수들을 전세계 다양한 국가의 팬들에게 직접 선보이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으로서, 2023년부터 2026년 시즌까지 아시아, 멕시코, 중남미와 유럽에서 최대 24번의 정규시즌 경기와 16번의 이벤트 경기를 개최하게 되는 MLB와 MLBPA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원정 경기 계획이다.
다르빗슈 유는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인 만큼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LA 다저스가 자랑하는 오타니 쇼헤이와의 대결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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