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이재명, '니트' 한동훈…유세 스타일 이렇게 달랐다
한동훈, 간편 복장으로 시민 만나…법안 언급도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양당 대표들이 본격적으로 지역구 후보 지지 유세에 돌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장을 방문할 때 주로 넥타이에 정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모자가 달린 점퍼와 목폴라 니트를 주로 입는다. 카리스마 있는 선동가 형의 이 대표, 친근함 있는 스킨십에 적극적인 한 위원장. 스타일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현장 유세 스타일을 분석했다.
李, 깔끔한 스타일링으로 '카리스마' 강조
이 대표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정장을 즐겨 입었다. 적지 않은 인파와 제한된 시간 탓인지 상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미리 준비된 연단에서 연설하는 것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몰려드는 시민들의 사진 요청에 웃으며 화답하고, 짧게나마 가판대 앞에 쪼그려 앉아 상인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11일 충남 천안 방문 현장에서 이 대표는 청소년들의 "이재명이다" 하는 부름에 미소로 답하고, 야외 연설 중 비가 내려도 연설을 이어갔다.
"못 살겠다, 심판하자!" 정권 심판 강조
이 대표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5차례 현장을 찾아 '심판'을 49번 말했다. 스타일링에 맞춰 메시지도 다소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한 분위기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를 시작으로 5일 영등포구, 6일 양천구, 7일 경기 양평군, 11일 충남 홍성군과 천안시를 찾았다. 이때마다 강조한 것은 '정권 심판론'이다. 그는 현장에 모인 지지자를 향해 "살만하십니까"라고 질문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4월 10일은 심판의 날"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투표 결과로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연설을 마무리할 때는 "못 살겠다"를 선창하고, 지지자들에게는 "심판하자" 후창을 요청했다.
이 대표의 일정에 맞춰 현장을 방문한 지지자들의 열렬하고 적극적인 반응도 눈에 띄었다. 이 대표가 방문하는 현장에는 주민뿐만 아니라 파란 옷을 입고 그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는 시민들도 많이 참석했다. 그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기 위해 노력하는 유튜버들 간에도 가까운 자리를 차지를 위한 '몸싸움'이 치열했다. 이렇게 몰린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문장이 끝날 때마다 "맞습니다"라며 화답하기도 하고, "잘생겼다", "눈물 난다" 등 애정 어린 말을 건네기도 했다. 지난 7일 양평에서는 기자가 이 대표에게 공천 갈등과 관련해 질의하자 한 지지자가 "헛소리 같은 질문"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가 "과민 반응하지 마시라. 제가 답변하면 되지 않느냐"고 분위기를 풀었고, 다른 지지자는 "그러면 안 된다"며 말리기도 냈다.
윤석열은 '어퍼컷', 한동훈은 '점프샷'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유세 트레이드 마크가 어퍼컷이었다면 한 위원장은 '점프샷'이다. 단상이나 박스 등을 밟고 올라서서 점프하기 때문이다. 이는 멀리 있는 지지자에게도 한 위원장과 후보들의 얼굴을 보여주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행동이다.
한 위원장의 점프샷은 인천 계양산 전통시장을 방문했을 때 처음 등장했다. 우유를 담는 플라스틱 박스를 밟고 올라서서 원희룡(인천 계양구을) 후보와 함께 점프하며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원주를 방문했을 땐 점프샷 무대의 크기도 커졌고, 재질도 바뀌었다. 후보가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박정하(강원 원주시갑), 김완섭(강원 원주시을) 후보와 함께 미리 준비된 목재 단상 위에 올라가 함께 점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한 위원장은 후보와 함께 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거나 후보에게 시장 음식을 직접 먹여주는 등 같은 당 후보의 유세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를 찾은 한 위원장은 같은 당 장영하(경기 성남시수정구) 후보가 한 위원장의 이름을 외쳐달라고 지지자들에게 요청하자, 장 후보를 손으로 가리키며 장 후보에 대한 연호를 유도하기도 했다.
셀카·사인·손잡기, 한동훈식 친근한 현장 스킨십
한 위원장이 지역 현장의 시장과 사거리에 유세를 나가면 지지자와 시민들의 사진 촬영, 사인, 손잡기 요구가 빗발친다. 한 위원장 주위로 지지자, 경호 인력 등 인파가 몰려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지만 한 위원장은 가능한 대로 시민의 핸드폰을 건네받아 셀카를 찍어준다. 시장 상인의 아이를 끌어안고 사진을 찍거나 가게 상호가 나오는 구도로 사진을 찍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지난달 23일 한 위원장이 계양산 전통시장을 찾았을 땐 한 남성 지지자가 사인해달라며 다가와 경호 인력이 저지하려고 했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사인해주고 이동하기로 결정하면서 소동이 진정될 수 있었다.
현장 일정 중 단상 위에 올라가 시민들 앞에 설 때도 셀카를 찍어주는 것은 물론 손을 뻗고 있는 지지자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도 보인다.
"목련 피는 4월이 오면"…집권 여당 '실천력' 강조
한 위원장이 현장에서 '목련이 피는 4월이 오면'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오는 4월 10일 총선에서 승리해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어 입법권력을 차지하면 각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미다. 집권 여당으로서의 장점을 어필하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이다. 당장 전날 일산의 라페스타를 찾았을 때도 한 위원장은 "목련이 피는 4월에 고양시를 서울로 만들겠습니다. 고양 시민의 삶을 개선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라페스타에서 시민과 간담회를 할 때도 동석한 배준영 경기·서울 리노베이션 태스크포스(TF) 위원장에게 "(원샷)법안 준비됐죠"라고 묻거나 "생각보다 절차가 단순하던데 국회에서 법만 통과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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