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법적 대응" 거론…KT&G 주총 앞두고 이전투구
KT&G 측 "신뢰성 결여된 데이터" 반박
최대주주 기업은행, 차기 사장 반대 입장
KT&G가 방경만 차기 사장 후보와 사외이사 선임 건 등을 다루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날선 공방에 직면했다. 회사 지분 약 7.11%를 보유한 단일 최대 주주 IBK기업은행이 방 후보자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드러냈고, 지분율 1% 미만의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도 KT&G의 지배구조와 수익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거듭 반대표를 호소하고 있어서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FCP 측이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며 법적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이번 주총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CP는 전날 오후 국내 주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명회에서 KT&G의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면 주가 저평가 문제가 해소되고 2028년에는 현 시가총액의 4배까지 급증할 수 있다며 이번 주총 때 방경만 KT&G 총괄부문장(수석부사장)의 사장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해줄 것을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FCP는 백복인 현 KT&G 사장을 비롯해 2001년부터 이사회 이사들이 KT&G 자사주 1000여만주를 소각 및 매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활용하는 대신 재단·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해 왔다. 이상현 FCP 대표는 "10년 넘게 반복된 '셀프 기부'로 경영진이 12%나 되는 지분을 실질적으로 컨트롤하는 최대주주가 됐다"면서 "주총 때마다 이 12% 지분을 통해 경영진 스스로를 '셀프 지지'했고 이번 주총에서도 당연히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FCP는 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KT&G의 해외 실적을 공개하면서 해외 수출 궐련 담배와 글로벌 전자 담배(HNB) 모두 2년 연속 적자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월 법원 결정으로 열람·등사한 KT&G 자료를 토대로 수익성을 자체 산출한 결과다. 해외 수출 궐련담배 부문에서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700억원과 59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HNB 수출도 각각 300억원과 240억원의 영업손실이 났을 것으로 봤다. 앞서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방 총괄부문장을 차기 사장 후보자로 확정하면서 그가 글로벌본부장 재임 시절 사상 최초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 창출을 주도했다고 설명하자, 내실 없는 실적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이를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KT&G 측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궐련담배 수출과 궐련형전자담배(NGP) 수출 부문에서 합산으로 약 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FCP가 주장하는 매출수량과 매출액, 영업이익 등의 데이터는 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어떠한 형태로 분석하더라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숫자이고,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실적발표 자료와도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덧붙여 전·현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셀프 지지' 비판에 대해서도 "공익법인의 자사주 출연은 사회적 책임 이행과 비영리 공익재단 운영의 안정성 확보 차원으로 경영진 지배력 유지와 관련이 없다"면서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주장한다면 기업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법적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싸움이 고조되는 배경에는 KT&G가 이번 주총에서 처음 수용한 집중투표제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묶어 후보 3명 중 상위 2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방식으로, 기존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 대신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사 2명을 선임하기 때문에 1주당 의결권 2개를 행사할 수 있고 특정 후보에 의결권을 몰아줄 수도 있다. KT&G 이사회는 방 총괄부문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민규 후보(엠케이컨설팅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각각 추천했고, 기업은행은 손동환 후보(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내세웠다.
기업은행은 지난 12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 공시를 통해 회사가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 찬성을, 방경만 사장과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모두 반대해 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당초 이상현 FCP 대표도 사외이사 후보로 나섰으나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자진 사퇴한다며 기업은행이 내세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이날 KT&G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이번 선거에서 통합집중투표제가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주들은 이사회에서 대항세력(dissident) 측 인사들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손동환 후보를 지지하는 데 한 표를 모을 것을 권장한다"며 방 총괄부문장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에 사실상 반대를 권고했다.
KT&G 입장에서는 지분 6.36%를 보유한 3대 주주 국민연금공단과 외국인 주주들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KT&G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인 포스코 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포스코 내부 출신으로 최종 후보에 오른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찬성하기로 했다.
한편 KT&G 주총은 오는 28일 대전 대덕구 KT&G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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