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교육을 궁지로 모는 예산 삭감,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박재원]
전국에서 유일하게 학생 수가 전년 대비 3% 증가한 상황에서 세종교육에 주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부터 교육부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한 최교진 세종교육감을, 13일 오후 교육청에서 만났다.
- '보정액', 용어가 생소합니다. 일반 시민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
"오늘 아침에도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언론 보도 보고 왔다면서 '1인 시위 왜 하세요?' 묻는 거예요. 제가 설명했죠. '세종시는 새로 출발해서 너희들이 이용하는 청소년수련원도, 동생들에게 필요한 유아교육진흥원 같은 시설도 없는 게 많단다. 그래서 다른 교육청과 비슷한 수준이 될 때까지 나라에서 돈을 더 주기로 약속했는데 올해 들어 갑자기 우리가 생각했던 금액의 절반의 절반, 4분의 1로 뚝 떨어져서 굉장히 당황스럽고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란다'라고요."
- 갑작스러운 일이라 교육감으로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전국적으로 출생 위기가 너무나 심각한데 세종시는 출생률도 좀 높은 편이고 학생 수가 계속 늘고 있어 당황스러운 일이 많아요. 세종시 출범할 때 학급당 학생 수 25명을 기준으로 교실을 지었지만 2030년에는 20명 기준에 맞추겠다는 게 정부가 세종 시민에게 한 약속이에요. 그런데 올해 들어 선생님 숫자는 줄이고 학생 수는 늘어나 지금 25명 기준 교실에 27명이 들어가는 학급이 발생할 정도로 악화됐습니다. 여기에 보정액까지 대폭 깎아버리니 재정 압박이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 평소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지만 최대한 협조하는 교육감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정부가 지금 늘봄학교가 필요하다고 하니 최대한 정부 정책에 맞춰보려고 합니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구하고 있어요. 유보 통합도 특히 수도권 같은 광역에서는 2년 정도 유예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세종시는 작은 도시이고 국공립 어린이집 중심이라 사립이 거의 없어 유리한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세종시만이라도 정부가 발표한 대로 실시하자고 우리 선생님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이렇게 가장 중요한 재정에서 무겁게 압박해 오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건지 당혹스럽습니다."
-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교육부에서 사전 협의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돈을 쥐고 줄게, 안 줄게 하면서 교육청을 통제하는 '특교'(특별교부금) 늘리는 걸 반대해서 어렵게 1% 낮췄는데 정말 동의하기 어렵지만 올해 들어 다시 1%를 올렸어요. 교육청이 교육부의 하부기관은 아니잖아요. 교육자치를 존중한다면 교육부의 책임 있는 분께서 사전 협의하자고 해야 마땅한데 그런 과정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해 버리니 뒤통수 맞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요. 상호 협력해서 풀어가야 할 사안이 많은데 일방적으로 상명하복하라면 이건 완전히 과거로 돌아간 권위주의 방식이죠.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애들 투표권 없다고 이러시는 겁니까?"
- 현 정부에서는 계속 교육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2024.3.13 오전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세종정부청사 교육부 앞에서 보정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 교육언론창 |
"저 혼자 시작했는데 이번 주부터는 여러 단체가 참여하고 자체 매체를 통해 홍보하면서 지역 시민들이 많이 알게 됐어요. 사실 잘 모르는 교육재정 문제에 학부모님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참 다행한 일입니다. 이게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니까 학부모로서 관심을 가져야 하겠네, 정도의 반향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종만큼은 선생님이 아이들 교육하는 일에만 전념하도록"
- 학부모들이 움직여 지역 여론을 주도하면 교육부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세종교육청은 올해 7월 1일 자로 '학교 지원본부'를 따로 만듭니다. 교육청을 과감히 줄여서 학교 지원하는 일을 우선으로 하려고 합니다. 교육청이 결정하고 학교가 따르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걸 교육청이 지원하자는 겁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내부 반발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합의해서 추진하고 있어요.
학교가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 학부모님과 상담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선생님들이 그런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교육부, 교육청 공문에 신경 쓰느라 정작 중요한 일은 뒷전으로 밀리는 거죠. 교대 지원율도 뚝뚝 떨어지고 있잖아요? 변명할 게 없어요. 우리가 그렇게 만들고 있어요. 정말 속상하고 슬프고 죄송한 일인데 어떻게든 세종교육청만큼은 선생님이 아이들 교육하는 일에만 전념하도록 만들어 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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