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국민연금, 스튜어드(집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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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연금이 국내 포스코 주주총회를 앞두고 두 가지 의견을 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방식으로' 행사해야 할까.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위해 제정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살펴봤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역시 기금운용을 위한 수단이므로 기금운용본부가 독립적으로, 또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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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행사는 기금운용의 방법론
수익성 추구방향으로 독립적·체계적으로 이뤄져야
최근 국민연금이 국내 포스코 주주총회를 앞두고 두 가지 의견을 냈다. 일종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다. 하나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언론사 전화 인터뷰를 통해 포스코 회장 선출 절차 및 사외이사 재선임 공정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포스코 회장 선임안 및 사외이사 재선임 안에 대해 위원회 의결을 거쳐 '찬성' 의견을 낸 것이다. 이 두 가지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최고경영자(CEO)가 임의로 행사했느냐, 국민연금 전체 시스템이 작동했느냐다.
영어로 '집사'라는 뜻의 '스튜어드십(stewardship)'은 큰 저택에서 주인 대신 집안일을 도맡는 집사처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고객(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행동 지침이다. 기업이 주주가치를 해하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도록 이사회 구성부터 경영활동까지 유심히 살피면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방식으로' 행사해야 할까.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위해 제정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살펴봤다. 기본원칙(제3조)을 보면 기금자산의 증식을 목적으로 수탁자 책임 활동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근본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의 취지는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올려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의사결정의 주체(제5조)를 보면 국민연금공단이 기금운용본부에 설치한 투자위원회를 거쳐 수탁자 책임 활동을 한다고 적시돼 있다. 스튜어드십 행사 목적이 수익성이기 때문에 기금을 굴리고 불리는 역할을 하는 기금운용본부에서 의사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좀 어려운 문제(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했다. 수책위는 국민연금 가입자단체의 추천을 받은 위원들과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역시 기금운용을 위한 수단이므로 기금운용본부가 독립적으로, 또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결정이 어려운 문제는 대표성과 전문성을 가진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어 행사하도록 했다. 이런 절차적 노력과 준비된 시스템에 비춰볼 때 김 이사장의 대(對)언론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는 시스템 위반이며, 월권행위다. 해당 기업 주가에 영향을 준 경우에는 기금에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 법적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절차와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다. 최고경영자라도 마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인 행동한다면 권력의 하향식 의사결정 전달자라거나, 사사롭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김 이사장의 발언이 의도가 좋고,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기금운용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10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외 주식·채권·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꿀만한 위력을 가진다. 정치나 정책적 필요에 동원하고 싶은 거대한 유혹이다. 독립적인 기금운용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정권의 필요'에 쓰일지도 모른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은 더욱 투명하고 체계적,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민연금기금 1000조원은 누구도 사사롭게 이용해선 안 되는 오직 국민들의 피땀이자 노후이기 때문이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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