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줄었다고? '이코노미스트'의 가짜뉴스급 왜곡보도 [소셜 코리아]

신광영 2024. 3. 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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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코리아] 임금 불평등 일시적 완화 현상일 뿐... <조선일보> '블루칼라 노다지'론으로 소개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신광영]

최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새로운 주장이 미디어에 등장했다. 영향력 있는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12월 첫 주 "노동자들의 새로운 시대가 통념을 뒤집는다"는 '블루칼라 보난자'(Blue-collar bonanza) 담론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블루칼라 노다지"라고 번역해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여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밝힌 상층으로의 소득 집중과는 달리 불평등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의 세전 임금 불평등 40%를 되돌릴 정도로 2016년 이래 하층의 주당 근로소득이 상층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노동시장 수요 변화, 인구 변화, 디지털화로 인한 지속적인 추세라고 한다. 더 나아가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분배와 관련해 시장을 옥죄면 블루칼라 보난자로 열려진 새로운 자본주의 황금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경고도 곁들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변화는?
 
 ‘블루칼라 보난자’ 담론을 제기한 <이코노미스트> 기사(웹사이트 캡처)
ⓒ 이코노미스트
 
미국 노동통계국 분석에 따르면 2003~2013년은 임금이 하층보다 상층에서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반면, 2013~2019년은 하층에서 더 높은 비율로 임금이 증가했다. 그 결과 코로나 팬데믹 이전 시기인 2013~2019년에 미국 임금 노동자의 임금 격차 축소 현상이 나타났다. 매튜 데이 등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2분위와 3분위 운송 노동자와 의료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지면서 임금 분포에 영향을 미쳐서 임금 불평등 축소가 나타났다. 다른 연구들도 2010년대 임금상승이 임금 분포 하층에서 많이 이뤄지면서 임금 불평등이 완화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 미국 임금 소득 표준편차 추이 자료 : 직업고용 임금통계(OEWS)와 현재 인구조사(CPS) 데이터. 미국 국세청 연 근로소득의 임금 대수전환값 분산 추이(2002~2019)
ⓒ Matthew 외 2인
 
위 그림은 각기 다른 세 가지 미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다. 노동부의 직업고용 임금통계(OEWS), 통계청의 현재 인구조사(CPS)의 시간당 임금 자료와 미국 국세청의 소득자료인 W-2 자료의 소득 대수 값 표준편차를 분석했다. 표준편차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준편차는 대체로 2010년대 중반 전후로 약간 줄어들었다. 2010년대 중반 이전까지 증가하다가 중반부터 주춤하거나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2016년부터 '빈익빈 부익부'가 아니라 '빈익부 부익빈'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변화가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이라고 한다. 팬데믹으로 확장 재정이 이뤄지고 노동력 수요가 증가한 반면 출산율 하락에 따라 노동력 인구 증가세는 둔화해서 구인난이 발생했다. 또한 정보혁명과 인공지능은 학력 프리미엄을 약화시키고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육체노동의 가치를 증대시켰다. 그 결과 노동시장에서 블루칼라 임금상승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 미국의 임금 상승율 추이 자료: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 BNN
위 그림은 지난 35년간 미국의 관리·전문직과 다른 직업 집단의 임금 상승률을 각각 보여준다. 2016년 이후 관리직과 전문직 임금 상승률보다 다른 직종의 임금 상승률이 높아졌다. 그래서 등장한 논의가 '블루칼라 보난자' 담론이다. 팬데믹 기간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으로 지금까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난 지속적인 불평등 심화를 거스르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보았다. 블루칼라 보난자가 불평등을 약화시켜 자본주의 비판가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본주의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흥미로운 주장이지만 이런 주장은 세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난쟁이와 거인의 패러독스, 임금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의 혼동, 가구 형태와 인구구조의 변화 효과에 대한 이해 부족이 그것이다. 그 결과 <이코노미스트>의 블루칼라 보난자 기사는 가구소득 불평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보지 못한 가짜뉴스 급의 왜곡된 기사가 되었다.

난쟁이와 거인의 패러독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시기인 2013~2019년에 미국 임금 노동자의 임금 격차 축소 현상이 나타났다.
ⓒ 셔터스톡
 
21세기 현재 모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불평등은 난쟁이와 거인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이 딜레마는 소득의 절대 수준이 대단히 다른 경우, 소득 증가율이 하위 계층에서 더 크더라도 소득 격차는 계속 더 커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 100인 하위소득 집단과 1000인 상위소득 집단에서 소득 증가율이 다른 경우를 비교해 보자. 하위 소득집단의 소득이 매년 6% 증가하고, 상위소득 집단은 매년 3% 증가한다고 가정하자. 10년 후 소득 비율은 10대 1에서 7.41대 1로 줄어들지만, 격차는 900에서 1167로 더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큰 소득 증가율 차이(6%대 3%)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한 정책 노력이 없는 한 소득 격차는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임금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의 차이

미국의 가구소득 불평등 현실은 블루칼라 보난자 주장을 더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미국에서 가구소득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 미국의 가구소득 격차 추이 자료 : US Census Bureau Report(2023)
ⓒ Guzman and Kollar
 
먼저 가구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가구소득 분위 90%와 10%의 소득 비율(p90/p10)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3년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를 보면 1967~2022년 55년 동안 9.23배에서 12.63배로 높아졌다. 상위 10%의 소득과 중위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p90/p50도 지속적으로 커져서 상위소득과 중위소득 간의 격차가 확대되어 왔다. 그 기간 중 경제불황이나 정치 사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낮아지기도 했지만, 추세적으로 소득 격차는 계속 확대되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소득 하위 10%의 중위 연 가구소득은 2016년 1만 6330달러에서 2019년 1만 8250달러로 2080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2020년 1만 7650달러, 2021년 1만 6890달러로 하락했다가 2022년 1만 7150달러로 약간 회복했다. 상위 10%는 2016년 20만 4600달러에서 2021년 22만 8600달러로 하위 10%의 연 소득 이상 증가했고, 2022년 21만 6천 달러로 하락했다. 미국의 경우 대체로 경제불황 때문에 상층의 소득이 하락하는 기간에는 불평등 정도가 약간 완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지속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미국 지니계수 추이 자료 : US Census Bureau Report(2023)
ⓒ Guzman and Kollar
전체 가구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조세 전 소득의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이런 추세는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니계수는 1967년 0.397에서 2022년 0.488로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지니계수가 클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전체적으로 볼 때 미국의 가구소득 불평등은 2000년대 들어와서도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는 남미 여러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빈곤율은 2014년 14.8%에서 2019년 10.5%로 낮아졌다가 2022년 11.5%(3790만 명)로 다시 약간 높아졌다. 보완 빈곤 지표를 사용하면 2022년 빈곤율은 12.4%로 전년보다 오히려 4.6%p 증가했다. 미국의 공식 빈곤율은 경영예산국(OMB)의 통계정책 지침에 따라 절대적 기준으로 정하여 추정한다. OMB는 물가와 가구원 수를 고려하여 세전 가구소득 빈곤선을 제시한다. 2009년부터는 보완 빈곤 지표(SPM)를 사용해 빈곤율을 추정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자동차 노동자들이 2023년 9월 18일 미국 미주리주 벤츠빌 GM 조립 공장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 셔터스톡
 
보완 빈곤 지표는 빈곤 여부를 평가할 때 주택 모기지와 같은 지출 항목과 현금이 아닌 복지(주택 수당, 세금 면제, 푸드 스탬프 등)를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보완 빈곤 지표는 2022년에 2010년 이래 처음으로 증가한 것으로 임금 불평등 추이 약화와는 다른 방향을 보였다.

미국의 빈곤선 기준에 따르면 미국의 빈곤율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기준을 사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빈곤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중위 가처분 소득의 50% 이하 가구의 비율을 빈곤율 추정에 사용하는 OECD는 2022년 미국의 빈곤율을 18%로 보고하고 있다. 이 수치는 팬데믹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재난 지원금으로 빈곤율이 16.4%(2020)와 15.1%(2021)로 낮아졌다가 2022년에 다시 2019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2010년대 초반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2019년 유럽 국가들의 빈곤율(덴마크 6.5%, 핀란드 6.7%, 노르웨이 7.9%, 프랑스 8.5%, 스웨덴 8.8%)에 비해서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가구 변화와 인구 전환

결혼율 감소, 이혼 증가와 더불어 저출생과 자녀 수 감소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를 제2차 인구 전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불평등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들은 일자리, 소득, 복지, 사회이동, 연금과 건강 등을 통해서 사회 불평등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경우 이혼의 증가로 여성 가장 가구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빈곤 문제가 대두되었다. 전통적인 빈곤층인 흑인 이외에 이혼 여성 가장 가구가 새로운 빈곤층을 구성하고 있다.

16세 이상 인구 중에서 18.8%가 배우자 사망, 이혼 또는 별거 상태에 있다. 한부모 비율은 1960년 2% 정도였으나 2012년에는 28%에 이르렀다. 2022년 여성이 가장인 경우가 11.9%에 달했다. 쉬라이더와 크리머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가장인 경우 빈곤율이 높아서 2022년 24.7%에 달했다. 부부 가구의 빈곤율 5.4%에 비해서 거의 5배 정도 높았으며, 남성이 가장인 한부모 가구의 빈곤율 11.6%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았다. 미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이혼율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미국의 소득 불평등 증가나 빈곤과 관련하여 가족 제도의 변화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재정 지출 통한 불평등 완화 효과는 일시적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는 일시적인 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과 복지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 셔터스톡
 
블루칼라 보난자는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서 등장한 담론은 아니다. 블루칼라 보난자 담론은 블루칼라 업종 자체가 쇠퇴하고 있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임금 불평등의 일시적 하락을 산업사회 불평등 체제의 전환으로 봤다. 쇠락하고 있는 미국의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 일시적으로 노동력 확보가 어려워 임금이 일시적으로 오른 것을 하층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으로 빈익부 현상이 도래했다고 본 것이다.

피고용자들의 임금 불평등은 2010년대 중반부터 약간 줄어들었지만 가구소득 불평등은 증가했다. 소득 불평등은 블루칼라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고용하는 고용주, 자영업자, 은퇴자, 실업자를 포함한 전체 가구의 소득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2010년대에도 미국의 가구소득 불평등은 약화하지 않고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피고용자 임금 불평등은 일시적으로 완화되었지만 소득 불평등 체제가 전환되었다고 보도한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는 완벽한 왜곡 보도 사례를 보여준다.

한국은 미국과는 다른 변화를 보였다. 미국과 달리 코로나19 동안 한국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했다. 미국은 GDP의 25.5%를 팬데믹 대응으로 지출한 반면 한국은 GDP의 6.4%를 지출했다. 그러므로 팬데믹에 대응하는 정부 재정 지출의 불평등 완화 효과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훨씬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의 정부 재정 지출을 통한 일시적인 불평등 완화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것은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는 일시적인 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과 복지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함의한다.
 
 신광영 / 중앙대 명예교수(소셜 코리아 고문)
ⓒ 신광영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신광영 중앙대 명예교수는 <소셜 코리아>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학회 회장, 비판사회학회 회장과 한국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아시아사회학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영역은 사회 불평등과 비교사회체제입니다. 저서로는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노동, 복지와 정치> 등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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