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건전한 게임과 불법 사이 '홀덤펍'

이관주 2024. 3. 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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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홀덤펍'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홀덤펍은 합법적 운영을 가장했으나, 실제로는 운영자가 수수료 명목으로 판돈을 챙겨 15억원의 불법 수익을 올린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칩을 실제 현금으로 환전하고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불법 수익을 올리는 홀덤펍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 홀덤펍은 홀덤 저변 확대를 가로막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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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선 '마인드 스포츠'로 인식
업계 자정 노력으로 환골탈태해야

최근 부산에서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홀덤펍’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홀덤펍은 합법적 운영을 가장했으나, 실제로는 운영자가 수수료 명목으로 판돈을 챙겨 15억원의 불법 수익을 올린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암암리에 불법 환전도 이뤄졌고, 수익은 폭력 조직 운영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홀덤, 정확하게 ‘텍사스 홀덤’은 미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즐기는 카드 게임의 한 종류이다. 홀덤펍은 입장료를 내고 간단한 식음료와 함께 홀덤을 즐기는 공간이다. 아직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이용료를 내고 보드게임을 즐기는 보드게임 카페나 바둑을 두는 기원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홀덤은 게임 과정에서 카지노 칩을 이용해 베팅·콜 등 주요 행동(액션)을 한다. 칩을 이용하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 칩을 실제 현금으로 환전하고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불법 수익을 올리는 홀덤펍이 많다.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불법 홀덤펍 단속을 벌여 1004명을 검거했다. 결국 지난달 윤희근 경찰청장은 ‘국민체감약속’으로 도박 척결을 제시하며 단속 대상에 홀덤펍을 명시했다.

반대로 외국에서는 홀덤을 바둑·장기와 같은 ‘마인드 스포츠’의 한 종류로 본다. 홀덤은 각 참가자가 2장의 카드를 쥐고,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5장의 공용 카드와 조합해 높은 족보를 만들면 이기게 된다. 운이 작용하긴 해도 공개되는 정보가 많고 다양한 전략, 심리전, 계산 등 개인 역량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그래서 제대로만 즐긴다면 여러 사람과 심리전을 즐기는 건전한 게임이 될 수 있다.

월드컵·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홀덤 대회도 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가 대표적이다. 억대 상금을 걸고 전 세계 1만명의 선수가 참여한다. 시상식에서는 트로피에 해당하는 ‘브레이슬릿’(팔찌) 수여와 함께 올림픽처럼 우승자의 국가가 연주된다.

실제 2022년 WSOP에 참가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씨가 한 이벤트에서 우승,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홀덤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났다. 국내 홀덤업계는 홀덤 인구를 약 30만명으로 추정하는데, 바둑 인구가 883만명 정도니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 하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 홀덤펍은 홀덤 저변 확대를 가로막는 주범이다. 2000년대 중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다이야기 사태’가 연상될 정도다. 바다이야기는 초창기 합법을 가장했으나, 실제 매우 강한 도박성·사행성으로 ‘패가망신’을 불렀다. 불법 홀덤펍도 마찬가지다. 이대로라면 관련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는커녕 경찰청장이 언급한 ‘척결 대상’이 될 뿐이다.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았다가 업계의 자정 노력 등으로 환골탈태한 업종을 참고할 만하다. 당구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적 인식이 매우 나빴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건전한 취미로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지금은 프로당구 확대와 함께 스롱 피아비처럼 유명 선수가 나올 정도로 시장이 성장했다. 전 국민의 지탄을 받은 바다이야기가 될지, 당구처럼 이미지 쇄신을 통해 건전한 취미로 성장할지 홀덤과 홀덤펍은 기로에 섰다. 선택은 국내 홀덤업계에 달렸다.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

이관주 사회부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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