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암흑기, '21세기 명문구단'은 살아날까
[양형석 기자]
1980~1990년대가 해태 타이거즈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단연 '삼성 라이온즈의 시대'였다. 실제로 삼성은 1997년부터 2015년까지 19년 동안 무려 18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7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9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기록하며 '왕조시대'를 활짝 열었다. 물론 같은 시기 현대 유니콘스와 SK 와이번스의 전성기도 있었지만 '21세기 KBO리그 최강팀'이 삼성임을 부정할 수 있는 야구팬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2015년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끝으로 삼성의 찬란했던 황금기는 막을 내렸다. 삼성은 2016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8년 동안 7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며 창단 후 최악의 흑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작년에도 7위 롯데 자이언츠에게 6.5경기나 뒤졌고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에게는 고작 2경기 밖에 앞서지 못한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프라이드 높은 대구의 야구팬들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한 성적이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이종열 신임 단장이 부임한 삼성은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했고 FA 시장에서 2명의 마무리 투수를 영입하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물론 전체적인 전력을 보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지만 전력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였다. 과연 삼성은 이종열 단장이 부임한 첫 시즌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회복하며 가을야구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 2024 시즌 삼성 라이온즈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 양형석 |
200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인 선수는 돈을 받고 짧은 기간 활약하는 '용병'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장수 외국인 선수가 많아지면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인식도 점점 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4년 동안 삼성 유니폼을 입고 54승28패 평균자책점3.02를 기록했던 데이비드 뷰캐넌(필라델피아 필리스)은 삼성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선수였다. 하지만 삼성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뷰캐넌과의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작년에 활약했던 뷰캐넌, 테일러 와이드너(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재계약이 무산된 삼성은 새 외국인 투수로 빅리그 3년 경력의 미국출신 우완 코너 시볼드와 빅리그 2년 경력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우완 데니 레예스를 영입했다. 새 외국인 투수에 대한 높은 기대는 모든 구단이 마찬가지지만 삼성 역시 180만 달러를 투자해 데려온 외국인 원투펀치가 올 시즌 최소 20승 이상을 합작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문제를 해결한 원태인은 이제 명실상부한 삼성의 토종 에이스다. 원태인은 올 시즌을 통해 작년 17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7승에 그쳤던 불운을 떨쳐내려 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을 때까지 3.67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베테랑 좌완 백정현이 4선발로 활약하고 좌완 이승현과 프로 2년 차 신예 이호성이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할 예정이다.
삼성은 작년 스토브리그에서 3년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한 김재윤과 통산 122세이브57홀드에 빛나는 베테랑 불펜투수 임창민을 동시에 영입했다. 삼성이 올 시즌 '레전드 마무리' 오승환과 함께 더욱 강해진 뒷문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작년 좌완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이승현이 선발로 변신하면서 좌완 불펜이 약해졌는데 박진만 감독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최성훈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타선] 맥키넌은 피렐라를 넘을 수 있을까
삼성은 2022년 타율 .342 28홈런109타점102득점으로 'MVP급 활약'을 했던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가 작년 타율 .285 16홈런80타점66득점으로 주춤했다. 사실 즉각퇴출을 고려할 정도의 부진은 아니었지만 삼성은 고민 끝에 교체를 결정했고 작년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15홈런을 기록했던 데이비드 맥키넌을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1루와 3루가 가능한 맥키넌이 주전 3루수로 활약해주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다만 맥키넌이 3루에 적응을 하지 못할 경우 박진만 감독의 머리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맥키넌이 1루로 이동하면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부활을 노리는 오재일의 입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맥키넌이 3루를 비울 경우 3루 주전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류지혁과 지난 1월 1+1년3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하고 팀에 잔류한 강한울의 경쟁이 될 것이 유력하다. 어떤 선수가 주전이 되더라도 타선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피렐라가 빠진 만큼 외야에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간판스타 구자욱이 우익수,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점점 성장하고 있는 김현준이 중견수로 고정배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꼬꼬마 외야수' 김성윤의 풀타임 활약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작년 101경기에서 타율 .314 2홈런28타점40득점20도루를 기록했던 김성윤이 올해 삼성의 주전 좌익수로 활약해 준다면 김현준과 1번 경쟁도 충분히 가능하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완성형 내야수'로 성장하고 있는 김지찬과 작년 12홈런60타점으로 대형 유격수가 될 자질을 보였던 이재현은 삼성이 심혈을 기울여 키우고 있는 키스톤 콤비다. 삼성은 머지 않은 미래에 김지찬과 이재현의 잠재력이 폭발한다면 2010년대 중반 KBO리그를 주름 잡았던 서건창(KIA 타이거즈)과 강정호 콤비에 못지 않은 최고의 키스톤 콤비가 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
[주목할 선수] 21번째 시즌 맞는 '레전드 포수'
지난 2013 시즌이 끝나고 '롯데의 강민호'가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을 때 강민호는 4년75억 원에 롯데에 잔류했다. 하지만 당시 강민호 영입을 노렸던 삼성은 4년 간 강민호를 기다렸고 강민호가 두 번째 FA자격을 얻은 2017년11월 첫 번째 계약보다 5억 원이 많은 4년 80억 원을 제시하며 강민호에게 푸른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물론 삼성은 강민호 합류 후 지난 6년 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한 시즌이 한 번 밖에 없었다. 내심 '우승청부사'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거액을 투자해 강민호를 영입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강민호는 삼성 이적 후 6년 연속 110경기 이상 출전했고 단 한 번도 두 자리 수 홈런을 놓친 시즌이 없었다. 30대 중반을 거쳐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음을 고려하면 자기관리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체력소모가 심한 포수 포지션의 특성상 30대 중·후반의 노장포수가 한 시즌에 100경기 이상 주전으로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삼성에서도 2021년12월 강민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김태군 (KIA 타이거즈)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는데 2022년 102경기에 출전한 김태군은 작년 7월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이적했다. 그리고 강민호는 김태군이 떠난 작년 시즌 다시 포수로 101경기에 출전해 786.2이닝을 소화했다.
올해로 프로 21년 차를 맞는 강민호는 작년에도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290 16홈런77타점의 좋은 성적을 올리며 건재한 기량을 과시한 바 있다. 물론 어느덧 만으로 38세가 된 강민호의 나이를 고려하면 삼성은 하루 빨리 강민호의 다음세대를 이끌 새로운 포수를 발굴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올 시즌 삼성이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주전포수' 강민호의 변함 없는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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