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의 '의결권' 꼼수
자회사 총동원 445억원 핀다 지분 15% 확보
5%는 신기술투자조합 펀드로 상법 규정 회피
JB금융지주(이하 JB금융)가 펀드를 이용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교묘히 회피하면서 우호지분 0.75%를 확보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은 지난 7일 전주지방법원에 JB금융 및 핀다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고 15일 밝혔다.
JB금융지주와 전북은행, J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핀테크 업체 핀다에 총 445억원을 투자해 각각 5%씩 핀다에 대해 총 15%의 지분을 확보했다. 대신 핀다는 JB금융의 지분 0.75%를 장내 매입했다.
전략적 제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다른 회사에 회삿돈을 내주고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해 7월26일 공시된 내용을 보면 자회사인 전북은행이 지분 10%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핀다에 대한 5%지분은 전북은행이, 나머지 5%에 대해서는 JB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해 확보했다.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한 지분투자는 상법상 상호주 규제를 받지 않는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자본충실의 저해와 출자 없는 의결권 행사로 인해 회사의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JB금융 사례에 대입해 보면 JB금융은 지주가 5%, 은행이 5%를 확보해 소유 주식이 10%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나머지는 조합을 만들어 출자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회피한 셈이다.
이에 대해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이 탈법적인 방식으로 상법상 상호주 규제를 회피하며 상호주를 형성했다"며 "주요주주 간 지분율 격차가 0.6% 미만에 불과한 가운데 핀다 보유 지분의 의결권 행사가 허용될 경우 이번 주총 결과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긴급히 가처분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JB금융은 핀다에 비상임이사 2명 (박종춘, 정상훈)을 선임했으며, 전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핀다는 JB금융 지분 0.75%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JB금융은 지난해 7월 핀다의 주식 128만2560주, 지분 5%(취득금액 약 148억원)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방식으로 취득했다. 당시 JB금융은 보도자료 및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전북은행도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핀다의 지분 10%(취득금액 약 297억원)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에서 JB금융과 핀다는 상호 지분을 취득하기로 약정했다. 핀다는 JB금융과 전북은행으로부터 총액 약 445억 원을 투자받는 대신, JB금융이 핀다에 투자한 약 148억 원만큼 핀다가 JB금융의 주식을 장내시장에서 매입하기로 했다. 핀다는 실제 지난해 말 기준 JB금융 주식 147만5258주(지분 0.75%)를 확보했다.
이에 얼라인측은 핀다가 보유한 JB금융 주식의 상호주 해당여부에 대해 JB금융에 질의했다. JB금융은 '전북은행은 핀다의 지분 10% 중 5%만 직접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의 경우 전북은행(유한책임조합원, LP)과 JB인베스트먼트(업무집행조합원, GP)이 조합원으로 결성한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해 보유하고 있으며, 조합의 경우는 상법상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한 '핀다가 보유한 JB금융 주식은 상법상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호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얼라인파트너스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 가지고 있는 핀다 지분 5%는 JB금융의 완전자회사인 전북은행과 JB인베스트먼트가 위 투자조합의 조합원으로써 이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JB금융과 자회사인 전북은행, JB인베스트먼트가 각 핀다의 지분 5%씩 총 15%를 가지고 있는 것에 해당한다"며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규정에 따라 핀다가 가지고 있는 JB금융의 주식은 의결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JB금융은 상호주의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만들었는데, 핀다는 JB금융그룹에 투자받은 자금 중 일부를 약정에 따라 JB금융 주식의 장내 매입에 사용했고 이런 상호주의 형성은 JB금융의 의결권을 왜곡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JB금융의 이사회가 기업거버넌스를 악화시키는 이러한 탈법적인 거래구조를 막지 못한 데 유감"이라며 "현재 JB금융 이사회가 전문성과 독립성 관점에서 중요한 결함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번 주총에서 벤처 투자 전문가인 김동환 사외이사 후보자, 핀테크 회사 크라우디 대표인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자,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인 이남우 비상임이사 후보자 등 독립적이면서 높은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및 비상임이사 선임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주주로서 가능한 조치를 계속해서 취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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