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인류, 왜 완도의 바다를 선택했을까?
[완도신문 정지승]
비교적 완만한 구릉이 발달해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거주하기에 알맞은 지형이 완도지역 지표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2000년대 이르러서야 비로소 선사시대 유적 발굴이 이뤄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지역은 해안지대를 둘러싼 개발행위가 수없이 이뤄졌고, 수산업의 발달로 인한 양식어가의 증가로 해안지대 유적들은 알게 모르게 발굴조사도 없이 파괴되어 왔다.
우리지역에서 미약하게나마 출토된 구석기시대 유적의 특징을 보면 영산강유역의 몸돌석기들과 유사하며, 자갈돌을 활용한 몸돌, 격지, 여러면석기, 긁게 등이 있다.
그들은 다른 지역의 자갈돌석기 전통을 따르지 않았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석재들 중에서도 양질의 석재를 배척하고, 의도적으로 석영제 자갈돌과 백색 석영맥암을 선택해 사용한 흔적들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구석기시대는 어땠을까?
물론 발굴된 유물의 상태가 좋지 않은 점과 출토된 유물의 수량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자갈돌석기의 전통을 따르지 않은 독창적인 기술적 형태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이 지역에서 머무는 동안 기능적으로 도구를 사용한 흔적이 남겨진 것으로 학계에서는 유추한다.
그동안 타 지역에서 출토된 자갈돌을 활용한 몸돌석기는 서남해안 섬 중에 신안군의 압해도를 제외하고는 완도군이 유일하다. 이것은 우리지역의 구석기시대 인류가 남겨놓은 새로운 유적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열어주었고, 섬으로 이주한 구석기인들의 이동경로에 관한 새로운 인식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 완도읍 중도 저수지 위의 고인돌 |
ⓒ 완도신문 |
아울러, 우리지역 선사시대 연구에서 여서도 패총유적의 발굴은 신석기시대와 철기시대까지 이어지는 해양개척시대 고대해양문화를 이해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인류의 창조적 역동성을 추적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찾는 관점에서 본다면 여서도 패총유적의 발굴은 다양한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신석기시대 전기의 타제석기제작법, 영선도식토기와 융기문토기가 사용된 점을 따져보면 그들이 활동한 공간의 범위를 더 확대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다 건너 다른 섬과의 해상교류까지, 이곳에만 머물러 있지 않은 문화교류의 루트까지, 개척정신이 뛰어난 선사시대 인류의 새로운 문화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학계는 선사시대 인류가 열어놓은 뱃길은 역사시대까지 이어져 옹관고분군과 석관묘 등 전 시대를 아우르는 인류고고학적 문화로 나타나고, 그들이 활동한 시대의 정치적 역동성의 기반을 다진 영역이라고 발표했다.
사수도 해역을 주무대로 활동한 선사시대 인류의 활동상이 청산면 일대섬들의 선사유적을 통해 확인되면서 우리지역 고대해양사에 고민이 깊어졌고, 완도의 첫 도래인이 구석기시대 인류라는 학계의 논문을 접하게 됐다.
그동안 제주도를 오가기 위한 기착지 역할로만 보아 온 완도군의 고대해양사를 생각하면 큰 오류였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이제는 선사시대 관점에서 재해석해야만 완도의 본 모습을 그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도 우리지역 고대해양사 취재의 큰 수확이다.
선사시대 인류는 왜 한반도의 끝 지점인 완도의 바다를 선택했을까?
사수도 해역을 주름잡았던 선사시대 인류는 바다의 유목민일까? 현대식으로 따져보자면 혹, 그들은 해상왕국 유지를 위한 특전사 임무를 수행한 정예부대는 아니었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문화예술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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