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 상원 원내대표 "네타냐후 신뢰 잃어" 교체 촉구

윤현 2024. 3. 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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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슈머 원내대표 "이스라엘, 왕따되면 살아남지 못해"

[윤현 기자]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교체 촉구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 상원 민주당의 '1인자' 척 슈머 원내대표가 네타냐후 내각의 교체를 촉구하고 나섰다.

슈머 원내대표는 14일(현지시각) 상원 회의에서 "매우 많은 이스라엘인이 정부의 비전과 방향을 신뢰하지 않는다"라며 "이 중대한 시점에 나는 새로운 선거가 이스라엘의 건전하고 개방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슈머 "네타냐후, 평화의 걸림돌" 고강도 비판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이스라엘의 최대 국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하면서 길을 잃었다"라며 "중동 평화의 걸림돌이 되었다고 본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막대한 민간인 희생을 기꺼이 용인했고, 이 때문에 전 세계의 이스라엘 지지를 역사상 최저치로 떨어뜨렸다"라며 "이스라엘은 왕따(pariah)가 되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유대인 출신이다. 그는 유대인으로는 미국 상원에서 처음으로 다수당 지도자가 되었고, 현재 미국의 최고위 관료다. 

그는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스스로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 국민에게 선택권이 주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논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만약 네타냐후 내각이 정권을 계속 유지할 경우에는 "현재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스라엘 정책 결정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슈머 원내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슈머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미국의 선출직 고위 관료가 이스라엘에 보낸 가장 날카로운 비판"이라며 "사실상 이스라엘 국민에게 네타냐후 총리를 교체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민간인 희생으로 점점 더 커지는 민주당원들, 특히 진보 진영의 불만을 반영한다"라며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및 정치적 딜레마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미 정부, 이스라엘에 추가 제재... 갈등 격화 

슈머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는 공화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주의에 대한 간섭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미국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스라엘 지도자를 물러나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괴하고 위선적"이라며 "우리의 민주주의 동맹국을 이렇게 대하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도 "우리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생존을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미국의 지도자가 분열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민주당의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슈머 원내대표의 용기 있고 역사적인 연설이었다"라며 "나는 그가 고통스럽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믿는다"라고 지지했다. 샤츠 의원도 유대인 출신이다. 

최근 가자지구 민간인의 과도한 희생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이 나빠지고,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아랍계 미국인 민심 이반으로 고민에 빠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이스라엘 극우 정권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만류에도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하면서 오랜 동맹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야당 대표 베니 간츠가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미국을 방문해 정부 고위층을 만났고, 이에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총리는 나 하나뿐"이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밀어붙이는 이스라엘 단체와 개인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동했다. 이들은 미국 내 자산 동결과 입국 비자 제한, 금융 기관 접근 차단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다만 백악관은 논란을 의식한 듯 "슈머 원내대표는 가자지구 전쟁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라며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보장하면서 가자지구의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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