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에 이쑤시개 500개 넣어”… 日 ‘극악 진상’

진상 손님이 라멘에 쏟아부은 이쑤시개. NNN 뉴스 캡처

단골 손님의 악질적인 갑질 행위와 괴롭힘으로 결국 문을 닫은 일본 라멘 가게의 사연이 보도돼 공분을 사고 있다. 2년간에 걸쳐 가게를 괴롭혀 온 손님에 대한 처분은 고작 벌금 10만 엔(약 89만 원)이었다.

이 라멘 가게를 여러 번 찾은 한 남성 손님은 먹지도 않은 라멘에 이쑤시개 500개를 쏟아붓거나 후추, 식초 등을 부어 넣고 가는 행동을 반복했다. 가게 내의 의자도 쓰러뜨려 놓고 갔다.

라멘 가게 사장은 지난 14일 TV아사히계 올 닛폰 뉴스 네트워크(NNN)과 인터뷰에서 “음식을 만드는 입장에선 화가 나더라”고 언급했다.

이 남성은 경찰로부터 주의를 받고 나서야 가게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괴롭힘은 방식만 다를 뿐 계속됐다. 직접 오지 않는 대신 이 남성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다. 영업시간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받으면 “죽이겠다”는 등의 협박과 폭언을 했다.

라멘 가게 사장은 변호사닷컴 뉴스와 인터뷰에서 “흉기로 종업원이나 가족이 찔리기 전에 가게 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과거 편의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사장은 협박 전화가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경찰의 미온적인 태도도 폐업에 영향을 미쳤다. 하루에 수십 통의 협박성 전화가 이어진다는 사장의 호소에도 사건 초기 경찰은 “구체적인 위해 행위가 없으면 사건화할 수 없다”며 피해 신고를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닷컴 뉴스에 따르면 ‘진상’ 손님은 말기 암에 걸려 삶을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라멘 가게를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남성을 구속할 예정이었으나 말기 암으로 수명을 다했다는 점에서 몸 상태를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다.

가게 사장은 “암인데도 아침부터 술을 많이 마시고, 술김에 ‘나는 미래가 없으니까’하면서 자포자기해서 몹쓸 짓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며 “그는 우리에게 사과하게 해달라고 (경찰에)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그건 전혀 원하지 않는다. 이젠 일절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 남성이 민폐 행위를 한 전말이 밝혀졌다. 처음 방문 때 그는 2분 간격으로 직원을 불러 단가가 싼 토핑을 계속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 다음번에 이 남성이 또 가게에 와 토핑을 주문하자 직원은 거절했다.

이에 남성은 거절당한 화풀이로 이쑤시개를 라멘에 쏟아붓고 간 것이다. 그는 다른 가게에도 전화나 SNS로 비방을 하고 있었다.

직원의 안전을 우려한 가게 사장은 경찰에 피해 신고서를 제출했고 남성은 약식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이 남성 고객에 대해 내린 처분은 10만엔에 불과했다. 재판에서는 전화로 받은 협박 행위만 죄로 인정됐다.

도쿄도에서는 심각해지는 고객 ‘갑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관련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