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잭팟이라더니…잠잠한 '네옴'
수십조 원 수주 열풍 기대에 못 미쳐
'미스터 에브리싱'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의 역점 사업인 네옴 프로젝트 내 국내 건설사의 수주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1월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해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하고,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를 찾아 화답하는 등 '제2의 중동 수주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다. 건설사들은 수주 물량의 사업성 확보와 수주를 위한 투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주 낭보는 지난해 중순 이후 끊겼다. 올해도 네옴에서는 대형 사업들이 발주될 예정이나 수주 '잭팟' 기대감은 점차 옅어지는 분위기다.
수십조 원 돈 보따리 기대 무색한 수주 실적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최근까지 협회에 신고된 해외건설 계약 공사(비공개 공사 제외) 중 네옴 관련 공사는 총 5건으로 집계됐다. 총 수주금액은 2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한미글로벌의 더 라인 특별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233만3000달러), 유신의 스파인 박스 러닝터널 상세설계 제4·5공구(537만달러), 서진테크의 스파인 터널 지반 개량 굴착공사 1차(495만3000달러) 및 2차(91만8000달러), 현대건설의 네옴~얀부 525㎸ 초고압 직류 송전선로 건설 사업(1억4500만달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발주처와의 비밀 유지 약정 등에 따라 협회 집계에서 빠진 더 라인 지하 터널 공사(총연장 28㎞)까지 더해도 총 수주금액은 12억달러가 안 된다. 이 공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이 일찌감치 스페인 건설회사 FCC와 컨소시엄을 꾸려 따낸 10억달러 규모 공사다. 여기에 한미글로벌이 수주한 네옴 건설근로자 숙소 단지 모니터링 용역 계약을 더해도 총 수주금액은 한화로 1조5000억원대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정부가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에 포함된 도시 건설 사업이다. 북서부 타부크주에 위치한 2만6500㎢ 부지에 5000억달러(약 650조원)를 들여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보다 더 큰 도시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로젝트는 크게 친환경 주거·상업 도시인 '더 라인', 팔각형 구조의 최첨단 산업 도시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고급 휴양지 '신달라' 등으로 나뉜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수십조 원의 수주 열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에 비해서는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10월 말 서진테크의 굴착공사 수주 이후에는 수주 소식이 끊겼다. 건설사들은 기존 주력 시장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10월 10억달러 규모 옥사곤 두바(Duba) 항만 확장 공사 2차 입찰에서 탈락한 것을 끝으로 추가 움직임이 없다. 이라크 등지의 기존 해외건설 사업을 더 활발히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GS건설 등도 현재 네옴에 뛰어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정도만 입찰 계획이 있다. 양 사 컨소시엄은 지난해 스파인 터널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공사 수주는 실패했지만 현재 각각 50%의 지분으로 스파인 터널 프로젝트에 입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네옴 모듈러 사업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사업성 고민" vs "건설사들 적극적이어야"건설업계는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사업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우디가 네옴 프로젝트를 자체 자금으로 모두 소화할 수 없어 국외 자본의 투자를 동반한 민간투자협력사업(PPP) 방식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네옴 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네옴 프로젝트가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 사업인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우디가 큰 시장인 것은 맞지만, (중동 지역) 사업 환경이 마냥 좋진 않다"며 "건설사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지역이 있어 굳이 네옴에 힘을 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네옴이 초대형 프로젝트고 세부 사업 구체화가 필요한 만큼 발주·입찰 등 절차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네옴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착공됐는데, 이에 따른 발주가 올해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양국 국빈 방문과 원팀코리아 파견 등을 통해 건설사들에 충분히 길을 열어줬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해외건설지원과에 중동 담당 인원을 늘리는 등 수주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네옴 수주전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팀코리아 차원에서의 사우디 방문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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