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로 반등한 증권株 ‘주춤’…앞으로 향배는
홍콩 ELS 영향 미미…적극적 주주환원 투심 긍정적
부동산 PF 불확실성 여전…추가 변동성 확대 가능
올 들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과 맞물려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증권주가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리스크는 미미한 상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리스크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지수는 이달 들어 전날인 14일까지 1.53%(759.63→771.28) 상승했다. 이는 올 들어 2달간(1.2~2.29) 지수가 15.34%(658.62→759.63)의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오히려 약보합세를 보이며 720선까지 후퇴했다가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오르면서 반전한 것이어서 지난 두 달에 비해 상승 동력은 확연히 떨어진 모습이다.
이같은 흐름은 개별 종목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주가가 26.33%(9만9500→12만5700원) 올랐던 키움증권은 이 달 들어 상승률(14일 기준)이 7.16%(12만5700→13만4700원)로 오름세가 확연히 줄었다.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과 삼성증권도 이달 상승률이 각각 2.11%(7만1000→7만2500원), 0.96%(4만1550→4만1950원)로 지난 두 달간 오름 폭 15.82%(6만1300→7만1000원·한투), 7.92%(3만8500→4만1550원·삼성)에 크게 못 미쳤다.
대신증권도 지난 두 달간 상승률이 14.89%(1만4300→1만6430원) 였던 것이 이 달 들어서는 8.15%(1만6430원→1만7770원)로 줄어들었다. NH투자증권 정도만이 이달 주가 상승률이 11.24%(1만1740→1만3060원)로 지난 2달간 상승 폭(13.65%·1만330→1만1740원)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렇듯 증권주가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히며 상승을 해 왔지만 이 달 들어서는 다소 약화된 모습이다. 지난 2달간 주가가 오를 때도 같은 금융주인 은행주들에 비해 상승 폭이 미치지는 못해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기도 했다.
다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방안 최종안이 나오는 올 상반기 내내 저PBR주로써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상황으로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PF 및 해외 부동산 관련 리스크는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발생한 홍콩 H지수 ELS 사태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홍콩 H지수 ELS의 총 판매액 18조8000억원 중 증권사에서 판매된 금액은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증권사 판매액 중 1~2월의 손실액은 2000억원 정도다.
다올투자증권의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의 홍콩 H지수 ELS 관련 상·하반기 배상액 규모는 각각 1878억원, 437억원에 불과하다. 배상액 규모를 감안하면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닌 셈으로 전체 ELS 규모 축소 등의 우려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발 맞춰 증권사들이 최근 잇달아 주주환원 방안을 내놓고 있는 점은 향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오는 2025년까지 목표주주환원율을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30% 이상을 유지하기로 했다. 미취득한 자사주 209만5345주(발행주식의 7.99%)를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매년 3분의 1씩 소각할 예정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지난해 배당 금액이 881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자사주 취득액 700억원을 포함하면 주주환원율은 47%에 달한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최근 주주환원 정책으로 별도 기준 40%, 35.8%의 배당성향을 제시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약 500억원 규모의 보통주 약 417만주를 매입 후 소각하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주주총회 이후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이 제시될 것”이라며 “배당성향 상향과 동일 회계연도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잔존하는 리스크 관리 속 자본 축적 부담이 여전하지만 기술적 상승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발성으로 그칠 줄 알았던 국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여파가 상당기간 지속됐고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PF와 해외 부동산 관련 우려가 정점은 지나가고 있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대형 증권종목은 비중을 확대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부동산 PF가 여전히 살아 있는 이슈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증권사들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를 지속하고 있어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외 신용평가사가 국내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하는 등 부동산 PF 관련 우려는 지속되고 있지만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의 주주환원 확대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부동산 PF 시장 악화가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에 따른 주가 상승은 좋지만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도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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