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만 일해도 생산성 높아"…미 상원 '주 32시간 근무법' 발의
근로자들이 일주일에 4일만 일하도록 하는 '주 32시간제법'이 미국 상원에서 발의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내놓은 이 법안은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표준 근로시간을 기존 주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4년에 걸쳐 낮추는 내용이다.
근무 시간이 준다고 해서 임금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
하루 8시간을 넘겨 일할 경우 통상임금의 1.5배, 12시간을 초과하면 통상임금의 2배를 지급해야 한다.
법안 청문회가 열린 이 날 샌더스 의원은 "임금 삭감 없는 32시간 근로가 극단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자동화, 신기술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노동자에게 나눠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지금의 주 40시간 근무제가 정착한 것은 1938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공정근로기준법에 서명하면서부터다.
샌더스 의원은 "오늘날 미국 노동자의 생산성은 1940년대의 400배에 달하지만 수백만 미국인이 수십 년 전보다 더 낮은 임금으로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술의 진보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월가의 부유한 주주나 기업 최고경영자(CEO)에만 갈 게 아니라, 노동 계층에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사회의 스트레스 레벨을 낮추고 미국인이 더 좋은 질의 삶을 영위하도록 할 때"라고 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년 전 영국에선 61개 기업이 반년 동안 주당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실험에 참여했고, 이 중 56곳이 실제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샌더스 의원은 주당 근무시간을 줄인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주 4일 근무를 시범 적용한 곳에서 근로자들의 생산성과 만족도가 높았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라폰자 버틀러 상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이 공동 발의했고, 하원에서 마크 타카노 의원(민주·캘리포니아)도 동조 법안을 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승무원협회 등 여러 노조도 법안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 매체들은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상하원의 공감대가 크지 않아, 법안 통과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청문회에서 빌 캐시디 의원(공화·루이지애나)은 임금 삭감 없이 주 32시간 근로를 의무화하면 소규모 사업체나 식당, 무역업 등에 해가 될 것이라며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게 단기적으로는 미국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봤다.
캐시디 의원은 "미국에는 균형이 있으며, (이 때문에) 중국처럼 주당 80시간씩 일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 법안이 이런 균형을 깨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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