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대학가기 무섭네'…천만원 등록금에 60만원 월세[조선물가실록]
등록금 비싼데 월세도 크게 올라
대출 이자 밀려 빚에 쫓기는 청년들
"등록금에 월세까지…서울에서 자취하기 빠듯합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김예린씨(23)는 최근 대학가 월세가 크게 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강을 앞두고 김씨가 알아본 신축 원룸 가격대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90만원~100만원가량. 김씨는 "주변 부동산에서도 '미친 월세'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올랐다"면서 "신축은 포기하고 다른 집을 찾아봤는데 2020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했던 집과 비슷한 곳으로 가려면 지금은 70만원은 줘야 하더라"고 토로했다. 등록금에 목돈이 들어가는데다 월세 상승세도 가팔라 지방 대학생들이 부모 도움 없이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기는 사실상 힘들어진 상황이다.
2023년 대학 평균 등록금은 665만원, 사립대는 732만원이지만 서울 소재 42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744만원이 넘는다. 15일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가 공시한 자료를 보면 서울에 위치한 대학 중 연평균 등록금은 가톨릭대(제2캠퍼스)가 929만7700원으로 가장 높다. 이어 연세대가 920만3800원, 추계예술대 881만5800원, 이화여대 874만2200원, 한양대 855만6900원 성균관대 844만8600원, 홍익대 839만7100원, 고려대 833만5400원, 건국대 832만2300원, 숙명여대 813만7800원 순이다. 전국에서는 을지대 등록금이 1041만4000원으로 가장 많고 가톨릭대(제2캠퍼스), 연세대가 뒤를 잇는다.
정부는 학생들의 실질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2012년에 도입하고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왔다.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Ⅱ유형(대학연계지원형)을 지원받지 못하거나 정부의 재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만큼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결 기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전국 사립대의 17%가 등록금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재정난·교육 서비스 향상 등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댔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151개교 중 26개교(17.2%)가 등록금을 올렸고 이중 법정상한선 최대치(5.64%) 수준으로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는 34.6%(9개교)에 달한다.
빚에 쫓기는 대학생들…정부·지자체 청년 지원 확대문제는 고물가 상황 속 월세·관리비가 오르며 대학생들의 주거 부담도 커졌다는 점이다.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월세 평균은 60만원에 육박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주요 대학 인근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57만4000원, 평균 관리비는 7만2000원이다. 1년 전보다 월세는 11.6%, 관리비는 19.3% 상승했다.
빚에 허덕이는 청년도 늘고 있다. 서울 거주 청년들이 갚아야 하는 학자금 대출금과 미상환 체납금은 증가세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 청년들이 갚아야 하는 학자금 규모는 223억원이고, 미상환 체납분은 152억원이다. 2021년은 각각 175억원, 125억원, 2020년은 145억과 107억원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카드 사용이 정지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전체 신용유의자(1706명) 중 77%(1314명)는 학자금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경우였다.
대학생들의 고충이 커지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생 학비 부담 경감을 위해 국가장학금 수혜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저소득 대학생들이 학업과 근로를 병행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장학생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경우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한다. 시는 전년 대비 2억여원 늘린 38억6000만원을 투입, 지난해보다 2515명 많은 3만5000명(상반기 1만8000명·하반기 1만7000명)에게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실시한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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