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외국인이 끌어 올린 코스피 2700…상승세 지속할까

송화정 2024. 3. 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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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올 들어 12조원 넘게 순매수
저 PBR주가 주가 상승 주도
'가격메리트' 삼성전자, 추가반등에 힘 싣나

코스피가 23개월 만에 2700선을 회복했다. 올 들어 12조원 넘게 사들인 외국인이 상승세를 끌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따른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주들의 강세도 지수를 밀어 올렸다. 다만 코스피의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에는 미국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시 강세 속 소외되는 모습을 보였던 대장주 삼성전자가 추가 반등에 힘을 실어줄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0.94% 상승한 2718.76에 거래를 마쳤다. 3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27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700선에 오른 것은 2022년 4월22일 이후 23개월 만이다. 지난 13일에 장중 2700선을 터치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종가도 2700선에 올라섰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미국과 일본 증시가 최근 주춤하고 엔비디아 중심으로 반도체주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코스피 상승도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됐으나 2700선 고지에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반등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면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왔던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증시들이 흔들리면서 코스피 반등 탄력도 제어됐고 지난 주말에는 채권금리, 달러화 레벨다운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 강세를 주도해왔던 반도체 관련주들이 급락 반전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주변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코스피가 2700선을 회복한 데는 외국인과 저 PBR주의 힘이 컸다. 외국인은 올 들어 전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2044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국내 증시에는 7조3750억원을 순매수해 2013년 9월 이후 11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따른 저 PBR주들의 강세도 코스피 상승을 뒷받침했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주들이 줄줄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전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에는 KB금융을 비롯해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주가 대거 포함됐다. KB금융은 지난달 말 6만3000원대였던 주가가 7만8000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NH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11.24% 상승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강세장에 진입한 미국, 일본 증시 대비 박스권에 머물러 있지만 연초 이후로 지수 하단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은행, 증권업종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며 저 PBR주들이 하단을 지지해주고 있으며 인터넷, 의료기기 등 고밸류 업종의 동반 강세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코스피의 강세 지속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다음주에는 3월 FOMC가 예정돼 있어 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 2700선 돌파가 2800선을 향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까지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 "투자심리 과열이 지속되는 가운데 매크로 리스크 지표는 리스크 온(위험선호) 시그널 정점권에, 미국 변동성지수(VIX)는 역사적 저점권에 위치함에 따라 멀지 않은 시점에 리스크오프(위험회피) 시그널이 발생, 변동성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후반부 주가 흐름은 오는 18일 예정된 중국 2월 실물지표 발표와 3월 FOMC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다소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삼성전자가 추가 반등에 힘을 보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발 훈풍에 힘입어 인공지능(AI) 반도체가 강세를 지속했고 SK하이닉스가 두드러진 주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삼성전자는 소외되는 모습이었다. 이 연구원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AI 반도체 기업들의 급등세에 균열이 가해졌고 당분간 과열 해소·물량 소화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주 17만원을 넘어선 SK하이닉스가 급격한 변동성 확대에 시달리더라도 삼성전자 주가가 버텨준다면 상황 변화에 따라 코스피의 추가적인 레벨업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전체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5.32%인데 삼성전자의 비중은 20.03%에 달한다. 이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삼성전자의 답답한 주가 흐름이었다"면서 "당분간은 삼성전자의 가격메리트가 코스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거나 추가 반등 시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은 삼성전자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변수"라며 "SK하이닉스 대비 삼성전자 상대 12개월 선행 PBR은 현재 0.74배로, 2010년 이후 평균은 1.04배"라며 "평균보다 역사적 저점(0.55배)에 더 가까운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상대 밸류에이션 회복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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