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실화? 어 아니네…MZ 홀린 츄파춥스 대관람차, 와인기차 [비크닉]
■ b.트렌드
「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반복되면 의미가 생깁니다. 일시적 유행에서 지속하는 트렌드가 되는 과정이죠.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서 유의미한 ‘통찰(인사이트)’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잠실 롯데타워와 석촌 호수를 배경으로 사탕이 가득 담긴 대 관람차가 천천히 돌아간다.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초대형 자판기에서 수십 개의 막대 사탕이 쏟아져 나온다. "
지난 6일 츄파춥스가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선보인 FOOH(Faux Out Of Home·가상 옥외광고)가 화제다. 브랜드 공식 유튜브의 해당 영상 시리즈 누적 조회 수가 100만 회를 넘어섰다. 실제 서울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초대형 사이즈의 사탕이 등장하는 영상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다. 대관람차나 초대형 자판기를 보러 직접 방문하겠다는 반응이 이어질 정도로 실제 같지만 사실 이는 가상으로 만들어진 광고다. 현실의 배경을 활용한 디지털 광고인 셈이다.
츄파춥스 관계자는 “최근 떠오르는 마케팅 기법인 FOOH를 적용한 영상으로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한다”며 “한 번쯤 가보았을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이벤트를 보여줌으로써 브랜드 슬로건인 ‘끝나지 않는 즐거움(forever fun)’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처럼 진짜 같은 가상 옥외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주로 유명한 현실의 조형물에 가상의 거대한 이미지를 더한 형태다. 커다란 속눈썹이 달린 뉴욕 지하철(메이블린 화장품), 노스페이스 재킷을 입은 런던 빅벤, 초대형 거품 오리가 뜬 한강(한맥 맥주)처럼 일상적인 배경에 비일상적 크기의 물체가 등장하면서 이색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새로운 마케팅은 지난해 프랑스로부터 시작됐다. 디지털 아티스트 이안 패드햄(Ian Padgham)이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 특색을 미디어 아트로 담아내기 위해 기차 선로를 달리는 거대 와인병을 선보인 것이 시초. 해당 영상을 보고 진짜 와인 기차를 타보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고, 당국에서 '실제가 아니다'라는 해명까지 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를 지켜 본 패션 디자이너 자크뮈스(Jacquemus)가 패드햄에게 영상을 의뢰, 지난 4월엔 거대한 자크뮈스 핸드백이 파리 시내를 질주하는 가짜 영상이 탄생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 역시 ‘좋아요’ 200만 개의 호응을 얻자 전 세계 광고 업계가 FOOH의 파워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국내서도 이런 가상 옥외광고 기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식품기업 농심은 올해 초부터 여러 브랜드의 가상 옥외광고를 제작해왔다. 그중 인천광역시 송도의 한 호수에서 멸치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거대한 ‘멸치 칼국수’ 컵라면에 들어가는 모습의 가상 광고는 현재까지 누적 조회 수 1600만회(릴스·쇼츠 등 총합)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 화장품 브랜드 키엘은 서울 성수동을 배경으로 자동차 크기의 바퀴 달린수분 크림이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의 가상 옥외광고를 선보였다. 중간에 수분 크림 자동차가 뒤집어지면서 건전지 모양의 립밤을 뱉어내는 모습이 마치 실사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재미있게 표현됐다.
이런 가상 옥외광고의 최대 강점은 이색적 이미지로 눈길을 끌기 쉽다는 점이다. 이광덕 제일기획 OOH 미디어 팀장은 “FOOH는 디지털 광고에서 경험하기 힘든 현장감 및 규모감을 느낄 수 있는 데다 옥외광고 집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법적 및 공간적 제약 없이 진행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옥외 광고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비용이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친환경적 광고라는 얘기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가상 옥외광고 제작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주로 소셜 미디어로 최신 브랜드 정보를 접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접근하기 쉽고, 이색적 이미지를 통한 높은 입소문(바이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가상 옥외광고는 기존 옥외광고와 디지털 광고의 경계에 있는 형태로, 이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형태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실로 착각하게 하는 가짜 이미지라는 점에서 자칫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실제 현장에 갔는데 해당 설치물이 없어 ‘속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제일기획 이 팀장은 또한 “랜드마크를 활용한 상업적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건물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며, 과도한 그래픽 효과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연출은 오히려 상품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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