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총 운명의 날…배당·자사주 놓고 행동주의 펀드와 표대결
삼성물산이 5개 행동주의 펀드와 15일 주주총회에서 배당 규모, 자사주 매입 등의 안건을 놓고 표대결을 벌인다. 각각의 제안을 놓고 양측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주주 표심이 어디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행동주의 펀드가 연합해 삼성물산 잡기에 나선 것은 이 회사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삼성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을 통해 다른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삼성물산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1층 국제회의장에서 제6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배당안, 이사회 4173억 vs 행동주의 펀드 7364억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배당안이다. 삼성물산은 보통주·우선주 배당 안건으로 이사회안과 주주제안을 함께 상정했다. 이사회안은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이다. 이를 계산하면 총 4173억원 규모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미국계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한국 안다자산운용 등 5개 자산운용사가 모인 행동주의 펀드는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을 주장한다. 이를 합하면 7364억원이다. 이들의 삼성물산 지분 합계는 1.46%다.
이사회안은 주주제안과 비교하면 76.5%, 75% 적지만, 총액은 전년과 비교해 10.9% 늘었다. 자회사 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삼성물산 잉여현금흐름의 49%에 해당한다.
행동주의 펀드 5000억 규모 자사주 매입 요구
행동주의 펀드는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도 요구했다. 삼성물산 이사회가 자사주 소각안을 올린 것과 정반대 행보다.
규모는 보통주 386만1000주로 작년 12월 28일 종가 12만95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000억원이다. 이번 주주 제안상 총 주주환원 규모는 총 1조2364억원(배당 7364억원+자사주 매입 5000억원)으로 2023년 뿐 아니라 2024년 당사의 잉여현금흐름(바이오로직스 제외) 100%를 초과한다.
이같은 제안은 삼성물산 3개년 주주환원정책(2023~2025년)을 크게 초과하는 내용으로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이러한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조원 규모 삼성물산 자사주 소각
행동주의 펀드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소각 계획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은 보통주 781만주(지분율 4.2%)와 우선주 전량인 16만주(지분율 9.8%) 등 약 1조원 규모 소각 방침을 결정했다. 이는 전체 자사주 소각 규모의 3분의 1 수준으로, 삼성물산은 2026년까지 자사주 전략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올해가 삼성이 약속한 주주환원이 적용되는 첫 해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이 아니며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이 60% 이상인 상황에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은 150%이기에 이를 대체하는 현금 활용은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국내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에 대한 실질적 가치 상승이 발생하는 강력한 주주환원이라고 반박했다. 할인율 해소를 전제로 제시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150%)은 장기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삼성물산 우호 지분 40% 넘어서…주요 연기금은 주주제안 찬성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주요 연기금들은 주주 보호를 이유로 주주제안에 잇달아 찬성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배당안과 관련해 주주제안 안건에 찬성했다. NBIM은 삼성물산 지분 0.8%를 가지고 있다.
NBIM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주주제안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 근거로 효과적인 이사회 및 주주 보호와 관련한 우려를 들었다.
캘퍼스와 캘스터스, CPPIB도 배당안 및 자사주 매입 안건(주주제안)에 찬성했다. 팰리서캐피털(0.62%)도 자사의 기존 권고안에 부합하고 회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주주제안을 지지했다.
이들이 같은 의견을 낸 것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의 영향으로 보인다. 앞서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배당 정책 관련 주주제안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었다. 5개 행동주의 펀드 중 하나인 안다자산운용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주주제안의 합리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주요 연기금이 주주제안에 손을 들어주었지만 7.01%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이사회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무게추는 사실상 삼성물산으로 기울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전날 밤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다'는 이유로 이사회측 배당안을 지지하고, 주주제안의 자사주 매입 안건은 반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이 3개년에 걸쳐 자사주를 전량 소각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33.63%다.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KCC는 9.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행동주의펀드 지분은 팰리서캐피털(0.62%)을 더해도 2.08%에 불과해 승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다만 소액주주(39.65%, 외국인 투자자 포함)의 표심이 어느 쪽에 기울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사회 안건이 채택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 공세를 물리치고 회사가 계획한 주주환원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적해온 재무적·전략적 성과 등 기업 체질 개선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이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회사가 아무리 사업경쟁력 약화를 호소하더라도 주주 표심은 반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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