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같은 수업" 5분 만에 마감…국립대 '지방혁신 엔진' 되다
지난해 12월 충북 청주의 한국교원대 강의실에는 초·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30여 명이 각자 모니터 앞에 앉아 열심히 AI와 ‘채팅’을 하고 있었다. ‘내 자녀를 위한 생성형 AI 이해 및 지도하기’ 강의를 수강 중인 학생들로 챗GPT로부터 좋은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중이었다.
한국교원대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연 이 프로그램은 자격증 과정이 아닌데도 개설하자마자 5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 수강생은 “교원대에서 듣는 수업 시간은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며 “교육 시간이 2시간이었는데, 짧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국립공주대 ‘전세사기 예방 교육’…“주민이 필요한 교육 마련”
대학이 지역 발전과 혁신의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학당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 사업 등을 통해 지역과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대학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평생교육 ▶지역인재 육성 ▶산학협력·창업 등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든 국립대들도 있다.
국립공주대는 지난해 11월 지역 내 취약계층의 자립 지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세사기 예방교육’ 강의를 개설했다.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실제 거래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 위험 매물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해 참여 학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심희철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거 약자로 언급되는 청년, 고령층 등에 대해 각각 세부 사례를 학습해 교육 완성도를 높였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부동산 현안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유·초·중등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국립대학도 많았다. 국립순천대 환경교육과는 순천교육지원청, 순천만생태교육원, 순천제일고 등과 함께 ‘기후 변화와 순천만’이라는 지역 특화 과목을 순천 지역 고교의 정규 과목으로 개발했다. 지난해 2학기에 순천고, 순천여고 등 지역 6개 고교에서 16명이 해당 과목을 수강하며 순천만 현장 탐방, 팀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황태식 순천제일고 교장은 “지역 특화 과목 운영은 지역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과정 이수 및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역을 알고 지역을 지키는 인재를 양성해 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한다”고 했다.
청주·전주교대, 지역 아이들 교육기회 확대 나서
청주교대는 교육 기회가 부족한 지역의 소외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 및 체험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AI 과학자, 드론전문가, 작곡가, 가수 등을 초청해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서적으로 예민한 초등 5~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 진로 등을 상담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은 “매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말이 기다려졌다”며 “나의 장래희망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던 것이 즐겁고 좋았다”고 했다.
전주교대는 지역 내 다른 대학 및 초·중학교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전주교대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유·초·중등 교육 연계 방안’을 주제로 호남권의 호원대, 전북미래교육원, 칠보초등학교, 온빛중학교 뿐 아니라 강릉원주대까지도 함께 세미나를 열고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박병춘 전주교대 총장은 “앞으로도 전주교대가 변화하는 교육 현장에 발맞춰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가 공유될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강원대, 군인 대상 창업 교육 “전역 후 강원도 정착 유도”
“국립대 책무성 더 강화해야…인재양성기관으로의 혁신 기대”
특히 구 정책관은 국립대의 지역 인재 양성 역할을 강조하며 “학생의 전공선택권을 확대해 융합형 인재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국립대학 육성사업 지원 규모를 확대하며 국립대의 교육혁신을 위해 학생의 전공자율선택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재학 중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초 소양과 핵심 역량을 갖춘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으며, 대학은 미래가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주는 인재양성기관으로 혁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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