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엔화 환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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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대표적인 환투기 희생 국가다.
일본의 엔화는 세계 최대 채권국 통화라는 명성에 걸맞게 투기보다는 '캐리 트레이드' 기법이라는 투자 대상으로 통한다.
초저금리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게 엔 캐리 트레이드다.
요즘 한국의 겁 없는 개인 투자자들이 엔 캐리 트레이드도 아닌 엔화 환투기에 쏙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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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대표적인 환투기 희생 국가다. 1997년 헤지펀드들이 아시아 국가 화폐를 대량 매도해 빠트린 외환위기 덫에 걸려들었다. 금융 선진국 영국조차도 1992년 헤지펀드 대가인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창업자가 기획한 ‘검은 수요일 사건’의 희생국이 됐다. 중앙은행 영란은행은 환율 안정을 위해 유럽 환율조정메커니즘(ERM)에 가입해 파운드를 독일 마르크와 상하 6% 이내 변동 폭을 유지했다. 문제는 독일이 구동독 개발로 나타난 인플레를 막기 위해 2년간 10차례나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영란은행도 환율을 맞추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했지만, 역부족을 느끼자 파운드 매수에 나선다. 이를 간파한 퀀텀펀드를 시작으로 헤지펀드들이 1100억 달러어치의 파운드 매도 폭격에 나서자 영란은행은 두 손 들고 ERM을 탈퇴한다.
일본의 엔화는 세계 최대 채권국 통화라는 명성에 걸맞게 투기보다는 ‘캐리 트레이드’ 기법이라는 투자 대상으로 통한다. 초저금리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게 엔 캐리 트레이드다. 90년대 장기불황에 지친 돈 많은 일본 마담들이 이런 투자에 많이 나서 ‘와타나베 부인’ 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요즘 한국의 겁 없는 개인 투자자들이 엔 캐리 트레이드도 아닌 엔화 환투기에 쏙 빠져 있다. 토스 뱅크와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환전 수수료 무료 정책에 나서자 엔화를 타깃으로 단타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환투기 리딩방도 극성이다. 토스뱅크의 지난달 엔화 거래는 7395억원으로 달러 거래의 1.5배에 달했다. 특히 엔화 거래의 60%가 하루 10차례 이상 치고 빠지는 ‘헤비 유저’들 소행이다. 일본 정부의 디플레 탈출 선언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아무리 서비스 차원이라지만 은행들의 수수료제로 정책이 몰고 올 후폭풍이 걱정된다. 과거에도 은행권이 723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를 팔았다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3조3000억원의 환손실을 입힌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게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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