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연합과 싸움 앞둔 삼성물산

김민영 2024. 3. 1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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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맞붙는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삼성물산 주총 안건에 올라 표 대결을 펼치는 것은 9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도입과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안건도 찬반 투표에 부친다.

삼성물산은 사모펀드 요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소액주주 표심 다잡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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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시즌 맞은 재계 관전 포인트
삼성물산 vs 행동주의 펀드 연합
배당액·자사주 매입 놓고 격돌
소액주주 표심 잡기 등 준비 태세
사진=연합뉴스


삼성물산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맞붙는다. 삼성물산이 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 안건을 두고 엘리엇 펀드와 갈등을 빚은 전례를 감안해서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삼성물산 주총 안건에 올라 표 대결을 펼치는 것은 9년 만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오는 15일 서울 강동구 본사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 두 가지 이익배당 안건을 올린다. 안건은 삼성물산 이사회의 보통주와 우선주 현금배당을 각각 주당 2550원, 26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다른 안건은 한국계 안다자산운용, 영국계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미국계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것이다. 이들 펀드는 보통주와 우선주 현금배당을 각각 주당 4500원과 4550원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둘 사이의 배당액 차이가 거의 배에 가깝다. 삼성물산은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도입과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안건도 찬반 투표에 부친다.


삼성물산은 사모펀드 요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소액주주 표심 다잡기에 나섰다. 우선 사모펀드들이 제안한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원으로 2023년뿐만 아니라 올해 회사 잉여현금흐름(바이오로직스 제외)의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에 대해선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중 3분의 1(시가 1조원 규모 이상)을 소각함으로써 자기주식 처분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보유 중인 자기주식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다.

변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해외 기관투자자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가 행동주의 펀드를 지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주장한 배당 수준과 자사주 매입 등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표 대결 상 삼성물산의 우세가 예상된다. 사모펀드들의 합계 지분율은 1.46%에 불과한데다 이들이 소액주주 표를 다수 확보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캐스팅 보터’이자 지분 7.01%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이번 주주제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3.63%에 달하고, 이 회장 우호 지분인 KCC도 9.17%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행동주의 펀드가 연합을 형성해 공동으로 주주제안을 하는 것을 두고 늑대가 사냥할 때 무리를 구성하듯 뭉쳐서 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울프팩(wolf pack·늑대 무리)’ 전략을 구사한다고 평가한다. 주주제안 목적 달성과 함께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려 매도차익을 노린다는 것이다. 주주제안을 보낸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삼성물산 주가는 14.86% 올랐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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