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민들레 꽃씨가 전해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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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하늘이 거울처럼 맑다.
주변을 살피며 걸어가는데, 민들레 꽃씨 하나가 붕 떠서 날아왔다.
민들레 꽃씨는 도로를 횡단하다가 쌩하고 자동차가 지나가면 갓길로 물러나길 반복했다.
어쩌면 민들레 꽃씨는 적당한 바람을 골라, 줄기에서 분리될 단 한 번의 타이밍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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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하늘이 거울처럼 맑다. 바람도 한결 누긋하니 훈훈한 봄기운이 감돈다. 일어나자마자 청소기부터 돌린다. 반려묘도 봄 맞을 채비를 하느라, 털갈이하기 때문이다. 나는 찬찬히 집 안의 식물들을 살핀다. 고무나무에 붓끝 같은 싹이 올라왔다. 화분에 물을 주고 집을 나서니 집 앞의 목련도 고깔 모양의 눈 비늘을 벗었고 황매화 울타리에 연초록 싹이 올라왔다. 머잖아 순금 같은 노란 봉오리가 맺힐 것이다. 어린이집 화단에 “씨앗이 자라고 있어요”라는 팻말이 꽂혀 있다.
겨울과 봄이 겹치는 이맘때, 자연은 다채로운 그러데이션을 보여준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초록에서 진녹색으로 채도를 높여간다. 주변을 살피며 걸어가는데, 민들레 꽃씨 하나가 붕 떠서 날아왔다. TV에서 흔히 보던 광고의 한 장면 같았다. 민들레 꽃씨는 도로를 횡단하다가 쌩하고 자동차가 지나가면 갓길로 물러나길 반복했다. 그러다 바람을 타고 다시 내 앞으로 날아온 것이다. 꼭 낙하산을 타고 봄소식을 타전하는 용병처럼 보였다. 어쩌면 저렇게 고양이털보다도 가느다란 깃털로 날 수 있을까. 꽃씨는 저마다 알맞은 자리를 찾아 뿌리 내릴 것이다. 어쩌면 민들레 꽃씨는 적당한 바람을 골라, 줄기에서 분리될 단 한 번의 타이밍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을 하자 발꿈치가 슬며시 뜨는 것만 같았다.
시를 쓰면서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 골몰했다. 진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심연에 자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느라 정작 눈앞에서 약동하는 계절을 보는 기쁨을 놓친 게 아닌지. 봄은 또렷이 생명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 간지러운 계절의 신비를 환호하며, 기쁘게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는 민들레 꽃씨를 조심스레 받아 산 쪽을 향해 날렸다. 민들레 꽃씨는 다른 방향으로 가벼이 날아갔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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