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사고 현장서 생방송 중 쫓겨난 中 기자…지방당국 "깊이 반성"

김은빈 2024. 3. 1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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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베이성의 한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를 보도하던 중국 중앙방송(CC-TV) 기자가 생방송 중 현장에서 쫓겨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SCMP 캡처

중국 허베이성의 한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를 보도하던 중국 중앙방송(CC-TV) 기자가 생방송 중 현장에서 쫓겨나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기자협회가 이례적으로 비판 성명을 낸 가운데 지역 당국은 보도를 막은 것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허베이성 싼허시 당국은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일선 직원들의 소통 능력이 좋지 않아 방법이 거칠었고, 취재진의 오해와 여론의 의심을 불러일으켰다"며 "지휘부는 이런 상황을 인지한 뒤 즉시 관련 직원을 엄중 질책했고, 기자에게 여러 차례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전문가팀은 사고 현장에 여전히 가스 유출 위험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모든 비구조 인력을 경계선 바깥으로 철수시킬 것을 건의했다"며 "현장 직원들은 지휘부의 지시에 따라 기자 등 전문 구조 인력이 아닌 사람들의 철수를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사고는 전날 오전 7시 54분쯤(현지시간) 허베이성싼허시옌자오의 한 상가건물 1층 식당에서 가스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이와 관련해 현지 SNS에는 CC-TV 기자가 사고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보도하던 중 제복을 입은 현장 인력들에 둘러싸여 취재를 제지당하는 장면의 영상이 확산했다. 이들은 취재 카메라를 막아서며 기자들에게 "현장을 떠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중국기자협회는 지역 당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SNS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인터넷에 확산되는 영상에 따르면 CC-TV 양하이링 기자가 사고 현장에서 생방송 보도를 하는 도중 두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나타나 카메라 렌즈를 가리고 기자의 생방송 인터뷰를 중단시켰다"며 "별도의 영상에서는 중국중앙방송총국(CMG) 표시를 단 여성이 '우리 CCTV 기자 3명은 10여명에 의해 밀려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기자는 현장의 혼란을 가중하는 것이 아니다"며 "현장 상황을 사실 그대로 냉정하고 전문적·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으며 대중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장의 보도자료는 현장 보도를 대체할 수 없다"며 "인터넷 정보는 유언비어에 취약해 언론이 정보를 보완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 돌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정부는 수색·구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외에도 기자의 취재에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며 "여론 통제 목적으로 기자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을 단순하고 난폭하게 막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1937년 창립된 중국기자협회는 중국공산당이 지도하는 전국구 단체로, 지난해 기준 총 219개 회원기관(언론사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매체 대부분이 당국의 보도자료나 공식 발표를 그대로 전달해오고 있어 이번처럼 기자협회가 정부를 겨냥해 비판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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