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소환한 친박연대 기억 [강주안의 시시각각]
큰 호응 없을 것이라던 조국 신당
여론조사 두 자릿수 예상 외 돌풍
“조 전 장관은 우리가 주장하는 병립형 (비례대표) 제도에서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없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지금 야합으로 관철하려고 하는 소위 준연동형 제도하에서는 이 틈이 보인다.”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하려면 정당이 3% 이상을 득표해야 하는데, 조국혁신당 자력으로는 턱도 없다는 주장이었다. 한 달이 지나서 보니 한 위원장의 말은 틀렸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4.4%)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을 선택할 것 같은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15%가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 자력으로 비례대표가 되고도 남는 수치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돼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조 전 장관이 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두고 띄운 신당으로선 놀라운 결과다.
조국혁신당의 출현은 2008년 18대 총선 때 등장한 친박연대를 연상시킨다. “당 이름에 친박이 뭐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친박연대는 예상을 깨고 비례대표 선거에서 13.2% 득표율로 무려 8석을 따냈다. 서청원 당시 대표조차 “친박연대는 태어나서는 안 되는 정당”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나 비례대표 선거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총선 공천에서 이명박계에 밀려난 친박근혜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
제3지대 비례대표에 대한 관심 저변엔 거대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이 깔렸다. 이번 총선은 석 달 전 정치에 입문한 한 위원장과 초선 의원인 이 대표가 간판으로 나선 만큼 공천에 파괴적 혁신이 몰아치리란 기대가 컸다. 결과는 대실망이다. ‘친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로 호기롭게 출발한 국민의힘은 용두사미가 됐다. 공무원 인사하듯 중진 의원들을 이동시켰다. 친윤 핵심들은 경선 코스프레를 즐겼다. 지난 13일엔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비례대표 의원 8명을 꿔주기로 하는 꼼수를 부렸다.
민주당은 더하다. 이 대표에게 직언했던 의원들이 줄줄이 잘렸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고 박용진 의원이 공천 탈락했다. 대신 이 대표와 측근의 변호를 맡은 5명이 무더기로 공천을 받았다.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막판에 내민 히든카드가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정동영 상임고문이다. 이러니 16년 전과 마찬가지로 유권자가 제3지대로 눈을 돌린다.
사법 리스크도 닮았다. 친박연대는 비례대표 1(양정례)·2(서청원)·3(김노식)번이 공천 헌금 비리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조 전 장관은 이미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아 3심만 남겨두고 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총선에서 당선돼도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 경우 친박연대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한다. 조국혁신당의 핵심 인물인 황운하 의원 역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상태다.
첫 공약이 사람 공격…결과 어떨까
이번 선거에서 제3지대에 걸린 관심은 극한 대립만 남은 정치권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해내느냐다. 조 전 장관은 1호 공약으로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내걸었다. ‘반한연대’ 커밍아웃이다. 사람 이름을 건 정당이 사람 공격을 공약으로 내놨다. 친박연대는 19대 총선에서 사실상 소멸했다. 사람에게 매달리는 정당의 운명이다.
비례대표 선거가 때론 정치 인생에 종말을 알린다. 2004년 17대 총선에 자민련 후보로 나섰던 고 김종필(JP)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지역구에서 5석을 얻거나 비례대표 선거에서 3%를 확보하면 우리나라의 첫 10선 의원이 되는 거였다. 자민련은 지역구 4석을 얻었고 비례대표에서 2.8%를 득표했다. JP의 국회 인생이 막을 내렸다. 조 전 장관은 물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새겨야 할 역사다.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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