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리스크 잠재워라” 비상…도태우·정우택·정봉주 공천취소
여야가 14일 과거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한 국민의힘 도태우(대구 중-남) 변호사와 더불어민주당 정봉주(서울 강북을) 전 의원의 공천을 심야에 전격 취소했다. 4·10 총선을 27일 남겨둔 시점에 여론 악화를 우려해 ‘막말 리스크’ 차단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돈봉투 수령 의혹에 휩싸인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의원의 공천을 취소했다. 이어 오후 10시20분쯤 5·18 발언으로 논란이 된 도 변호사의 공천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공관위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도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며 “도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변호사는 “5·18은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2019년 유튜브) 등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날 도 변호사의 공천 취소 결정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15일 호남 방문을 하루 앞두고 발표됐다.
10여 분 뒤쯤 민주당도 ‘목발 경품’ 발언의 거짓 사과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정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고 재추천 절차를 밟는다고 발표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정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 용사에 대한 거짓 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전 의원은 “DMZ에서 발목지뢰 밟은 사람에게 목발 하나씩을 준다”(2017년 유튜브)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에 정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사자께 유선상으로 사과했다”고 밝혔지만, 사고를 당한 장병들이 정 전 의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바 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경선에서 정 전 의원에게 패한 박용진 의원 대신 제3자 공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막말 논란을 일으킨 다른 후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두 정당이 풀어야 할 난제다.
여당은 ‘이종섭’ 야당은 ‘종북’…“선거 막판까지 변수될 것”
경기 수원정의 친명계 김준혁 민주당 전략기획부위원장은 2019년 유튜브에서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밤마다 여자애들 끼고 시바스리갈 ×먹고”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에선 장예찬(부산 수영) 전 청년최고위원이 10년 전 SNS에 올린 ‘난교’ 관련 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조수연 대전 서갑 후보의 “조선보다는 일제강점기가 더 살기 좋다”(2017년 페이스북)는 발언도 야권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잇단 막말 논란은 각 당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강성 지지층은 막말에 환호하기도 한다”며 “내치자니 집토끼가 화낼까 무섭고, 안고 가자니 산토끼가 떠날까 무서운 딜레마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주대사로 부임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출국 논란은 여권에 악재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던 이 대사는 지난 10일 출국 직전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여권 내부에서도 수도권 출마자를 중심으로 “임명 철회 등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필요하다”(안철수 의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날 “그분이 내일이라도, 정말 필요하다면 공수처에서 부르면 (국내로) 안 들어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SBS에 출연해 “도피성 출국이었다면 대사로 안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이 대사를 임명 철회하면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강한 부정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반미·친북 논란을 빚는 인사가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에 포함돼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반미 성향의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정영이 구례군농민회장을 연합정치시민회의 몫으로 추천받은 게 화근이었다.
민주당의 사퇴 요구에 두 후보가 물러났지만, 새로 추천된 이주희 변호사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여기에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이 추천한 장진숙 공동대표와 손솔 수석대변인,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 3명이 비례대표 순번 20번 안에 배치될 예정이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민주당의 종북 공천 논란은 선거 막판까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제 “득점보다 실점 방지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효성·박건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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