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더욱 역할 커지는 경제안보 컨트롤타워

2024. 3. 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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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중 패권 경쟁과 코로나19에 이어 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경제안보가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가 됐다. 공급망 안정성, 수출입 및 투자 규제,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 첨단기술 혁신 역량 강화 등이 경제안보의 주요 현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가의 외교 목적을 위해 경제적 수단을 사용하는 ‘경제 책략(Economic Statecraft)’은 오래전부터 활용됐다. 최초 사례는 고대 그리스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아테네는 자국이 이끄는 델로스동맹과 경쟁국인 스파르타가 주도하는 펠로폰네소스동맹 사이를 오가던 메가라를 응징하기 위해 직접적 군사행동 대신 경제제재를 했던 기록이 있다.

「 공급망 관리 등 현안으로 급부상
국가안보실에 ‘전담 3차장’ 신설
국내정책과 대외정책 융합 필요

경제적 수단을 통한 위협이 국가안보에 주는 영향은 군사적 위협이나 공격보다는 덜 가시적이지만, 그 효과는 넓고 깊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기나 독가스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사람보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제제재로 죽거나 피해를 본 사람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1세기 미·중 패권 경쟁 시대의 경제안보는 외교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수단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경제책략과 유사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첫째, 현재의 경제안보 이슈들은 세계 경제의 유례없는 상호의존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책략의 효과가 일방적이었던 것과 달리 상호의존 관계가 무기화됐을 때 효과가 매우 크고 쌍방적이다.

반도체칩·희토류·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요소수·마스크 같은 단순한 상품의 공급망 교란도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수출 통제로 인해 상대국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자국에 피해가 되돌아오는 점도 중요한 차이다. 상호의존적인 글로벌 경제에서 경제안보의 핵심 이슈로 공급망 안정 문제가 논의될 수밖에 없고, 각국은 위기관리와 취약성 완화를 위한 정책을 도입하며 공급망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둘째, 최근 경제안보에서는 첨단기술이 핵심 의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도 첨단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과 갈등이 있었지만, 미·중 경쟁으로 첨단기술의 이중용도 특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군사기술 혁신의 토대가 되는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과 견제가 치열하다. 각국은 첨단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확대와 함께 전략적 국제 협력을 경제안보의 주요 어젠다로 설정하고 있다.

셋째, 경제안보는 전통적으로 구분해온 대외정책과 국내정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양자의 융합을 요청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기술 굴기’ 견제를 위해 첨단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동맹국들과 협력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적으로 첨단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도입했고 이를 미국 힘의 원천인 중산층을 위한 주요 외교 정책으로 표명했다.

경제안보는 공급망 안전성, 수출입 및 투자 규제, 첨단기술 혁신 역량 강화, 포용적 성장과 혁신, 동맹국과의 협력 등 외교·안보와 경제·정치·기술 영역을 아우른다. 경제안보 정책의 성공적 수행 여부는 다양한 부처의 협력과 조정에 달려 있다. 경제안보의 핵심 어젠다를 힘있게 끌고 갈 구심점을 갖춘 거버넌스 구축과 운영이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안보 거버넌스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전략 설정과 부처 공동보조로 운영된다. 일본은 내각부에 경제안전보장담당 특명담당대신 직책을 신설했다. 한국은 최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산하에 있던 경제안보 비서관직을 3차장으로 독립·승격했다. 신설된 3차장 산하에 경제안보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사이버안보를 포함한 신흥안보를 추가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경제안보를 고려하면 시의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외교전문 잡지 기고문에서 “인구·영토·자원이 국력의 주요 요소이지만 어떤 국가가 미래를 만들어갈지는 이것들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국가가 어디에 투자하고 누구와 손을 잡을지 선택하며 자신을 내적으로 조직화해 가는 전략적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 3차장 신설을 계기로 경제안보가 강화되고 전략적 결정을 이끄는 구심점이 되어 대한민국이 세계정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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