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카운터어택] 유전시청, 무전청취

장혜수 2024. 3. 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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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1932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개막을 두 달 앞둔 그해 5월, 한 신문이 이런 소식을 전했다. “올림픽 중계방송은 착착 준비를 진행하야 이미 파견 아나운서도 내정하고 잇는 터인데, 미국 ABC방송국은 일본의 무상방송 의뢰에 대하야 약 3만불의 비용을 요구하야 왓다. (중략) 올림픽 방송은 중지될지도 모르는 모양이라 한다.” 이 신문은 개막 직전인 7월, 또 한 번 소식을 전했다. “올림픽 대회 실황방송을 일본에 향하여 시할 계획은 거의 절망이 되었다. (중략) 그러나 뉴스 방송은 매일 오후 6시 5분부터 7시까지 55분간 행할 터임으로 일본에도 중계될 터이라 한다.”

LA올림픽은 전 세계에 라디오로 중계방송된 첫 올림픽이다. TV 중계방송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부터다. 올림픽이 전 세계에 처음 위성 생중계된 건 1964년 도쿄올림픽 때다. 당시에도 국내 올림픽 중계는 라디오뿐이었다.

티빙의 한 관계자가 지난 12일 CJ ENM 스튜디오에서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 유료화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티빙]

도쿄올림픽이 한창이던 그해 10월, 한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정신조 선수가 올림픽 권투 결승전에서 아깝게도 일본 선수에게 패배한 광경을 보고 몹시 분함을 참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하오 동래관광호텔에 도착한 후 관례적인 이곳 기관장들과의 만찬도 8시 이후로 늦추고 510호실에서 시종 텔레비전 곁을 떠나지 않고 (후략).” 부산에서는 일본 공중파 TV 전파가 잡혔다. 대한민국 첫 올림픽 금메달 순간을 보고 싶은 나머지 박 대통령은 지방 순시를 빌미로 부산을 찾았다.

1932년 기사에서 볼 수 있듯 92년 전에도 스포츠 중계를 둘러싼 금전 갈등은 첨예했다. 또한 라디오 생중계는 입담이 제아무리 맛깔나도 TV 중계에는 비할 바 못 됐다. 최고 권력자도 TV 시청을 위해 먼 길을 나섰을 정도다.

지난해까지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뭔가 보고 있다면 십중 삼사가 프로야구 중계였다. 얼마 전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 사업자로 선정된 CJ ENM이 오는 5월부터 월 구독료 5500원을 받기로 했다. 무료시청에 익숙한 팬들은 유료화 소식에 불만을 토로한다. 앞서 2022년 SPOTV는 손흥민이 활약 중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중계를 유료화했다. 프로야구와 달리, TV로 시청해도 구독료를 받았다.

늘어나는 스포츠 중계 유료화의 부산물 중 하나가 이른바 ‘입 중계’의 성황이다. 유튜브 등에서 진행자가 TV 중계를 보며 입, 즉 말로 실황을 전한다. 사실 유료화 이전에도 리액션 영상의 일종으로 ‘입 중계’류 콘텐트가 있었다. 유료화로 인해 급증했다. ‘입 중계’ 시청자(청취자)는 대개 구독료 존재를 수긍하지 못한다. 프로야구 유료화로 ‘입 중계’는 더욱 늘어날 거다. 그러고 보니 최고 권력자마저 먼 길을 나서게 할 만큼 ‘백문이불여일견’인데, 한편으로는 그 또한 유료화 앞에 서니 무색하다.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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