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자체 칩 개발의 기원
“스티브는 애플이 진정으로 독특하고 독창적인 제품을 제공하려면 실리콘을 직접 소유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애플의 첫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A4의 개발에 참여한 조니 스루지는 2016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A4는 2010년 출시된 아이폰4와 아이패드를 구동했다.
앞서 첫 아이폰부터 아이폰3까지 AP는 스티브 잡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들 기기에 탑재된 AP는 삼성 엑시노스였다. 그는 자신의 포부를 2007년 첫 아이폰 발표장에서 이미 밝혔다. “소프트웨어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PC 선구자 앨런 케이의 말을 인용하면서다.
애플이 시작한 자체 칩 개발은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구글, 화웨이, 테슬라 등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오픈AI와 메타 등이 인공지능(AI) 서버용 칩 개발에 나섰다. 이들 팹리스는 제조는 파운드리에 맡긴다.
빅테크와 제조 대기업들은 왜 칩을 직접 설계했고 설계하려고 하나? 애플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남다른 서비스를 매끄럽게 구현하려면 맞춤형 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긴밀하게 통합함으로써 성능과 에너지 효율,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켜왔다. 아울러 과거 PC 제조사들이 인텔 칩에 속박되어왔던 전철을 벗어났다. 이유 중에는 가격 대비 성능도 있다. AWS는 2019년에 만든 그래비턴2 칩의 가성비가 인텔의 최신 세대 칩보다 40%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AI 업체들의 주요 목적은 서비스 최적화다. 현재 AI 서버를 장악한 엔비디아의 칩은 범용 제품이어서 각 회사가 저마다 중점을 둔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목적도 있다.
이제 마이크로칩은 마이크로칩 업체에만 맡겨두기에는 너무 중요해졌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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