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이제 그만…일본 17년만에 금리 올릴 듯

오효정, 이영희 2024. 3. 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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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이 이르면 다음 주 17년 만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거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BOJ는 ‘2%대 안정적인 물가 상승’을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조건으로 보고 있는데, 최근 주요 대기업이 큰 폭으로 임금을 올리면서 ‘조기 피벗’ 전망에 힘을 실었다.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시화할 수 있어서다. 1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은 “BOJ 내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만한 환경이 갖춰졌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BOJ는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일본은 2016년 경기 침체(디플레이션)를 벗어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시중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내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는 대신 대출 확대에 나서고, 가계와 기업은 투자와 소비를 늘릴 거란 기대에서다. BOJ는 임금 인상을 수반한 물가상승률이 2%대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초 완화정책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최근 주요 기업의 임금 인상은 BOJ의 피벗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이날 닛케이에 따르면 13일 기준 주요 제조업 회사의 80%가 일본 최대 노조 조직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요구한 임금 인상안을 수락하거나 더 넘게 올리겠다고 밝혔다. 렌고는 봄철 임금협상인 ‘춘투’에서 1993년 이후 최대인 5.85% 평균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토요타는 직종·계급별 최대 월 2만8440엔(약 25만원)을 올리기로 해 25년 만의 최대 규모 인상 폭을 나타냈다. 일본제철(14.2%)·미쓰비시전기(6.32%)·혼다(5.6%)·히타치(5.5%) 등이 5%가 넘는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2개월 연속 2% 안팎을 보이는 등 디플레이션 탈출 징후에 임금 인상이 더해지자 BOJ가 3~4월 중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더라도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취하며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한동안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데다,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도 지나치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은행 연구원은 “BOJ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 2%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2%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한 뒤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효정 기자,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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