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8200억 더 해라” 늑대들의 타깃 된 삼성물산

최현주 2024. 3. 1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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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울프팩 전략


이번 주에 본격 개막한 기업 정기 주주총회에선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서다. 특히 15일 열리는 삼성물산 주총은 5개 행동주의 펀드가 연대한 ‘울프팩’(Wolf Pack·늑대 무리) 전략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경진 기자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미국계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한국 안다자산운용 등 5개 자산운용사가 모인 주주연대는 주주제안을 통해 보통주 한 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의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 5000억원 등을 요구했다. 이를 환산하면 1조2364억원 규모다.

주주연대의 요구 중 배당액만 놓고 보면 삼성물산이 지난 1월 말 주당 2550원(우선주 2600원) 등 총 4173억여원을 현금 배당하겠다고 한 것보다 76% 이상 더 배당해달라는 것이다. 삼성물산 입장에선 자사주 소각 계획을 포함해 올해만 1조7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안을 내놨지만, 주주연대의 요구를 수용하면 추가로 8200억원을 더 써야 한다. 이 때문에 주총에서 양측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경진 기자

재계에선 삼성물산을 주주친화적인 기업으로 본다. 2019년 주당 2000원 배당 이후, 매년 배당 규모를 늘려왔고 자사주 소각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주주연대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고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더 큰 주주환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주주연대의 울프팩 타깃이 된 것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보유 지분(18.10%)을 통해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구조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5.59%),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지분(6.23%)까지 합치면 삼성물산 지분의 29.92%를 이 회장과 여동생들이 보유 중이다.

김경진 기자

주주연대 요구가 삼성물산에 실질적 위협이 되긴 어렵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평가다. 울프팩으로 묶인 5개 행동주의 펀드가 보유한 지분을 다 합쳐도 2%에 못 미친다. 반면 이 회장 등 총수 일가(30.89%)와 삼성 재단 등 우호 지분을 합치면 33%가 넘는다.

현재 삼성물산은 지난해 남긴 이익보다 더 많은 규모를 주주환원에 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현금 지출을 한다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다른 주주들에게 주주연대의 제안에 반대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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