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도 11% 올랐다 ‘에브리싱 랠리’
대체자산 3형제 질주
비트코인과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은값도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데다 산업용으로도 활용되는 은은 2월 말과 비교해 10% 이상 급등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모든 자산 가격이 뛰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투자정보제공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으로 은 가격은 1트로이온스(이하 온스)당 25.16달러(3만원)로 지난해 12월 1일 25.86달러를 기록한 뒤 3개월 만에 25달러 선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22~23달러 선을 유지하다가 3월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29일 22.67달러였던 것에 비해 현재 약 11% 상승했다.
은 가격이 상승한 건 금·비트코인 가격 상승 추이와 맞물려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11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기준 1온스당 2188.60달러(288만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9일 장중에는 220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으며 13일에도 2181달러로 2200달러 선에 육박했다.
통상 안전자산 가격이 오르면 위험자산 가격은 내려간다. 그러나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 가격도 현재 고공행진 중이다. 비트코인은 14일 7만3800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가를 또 한 번 새로 썼다. 지난 8일 일시적으로 장중 7만 달러 선을 돌파한 뒤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이례적인 동반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만간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라며 “달러 대신 다른 자산 쪽으로 투자가 쏠리면서 에브리싱 랠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중국·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이 안전자산을 사재기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비트코인은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거래를 승인한 후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고, 다음 달 비트코인 하루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예상돼 가격이 치솟고 있다.
각 자산의 가격 상승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알고리즘 퀀트 트레이딩 회사 프레스토의 김용진 대표는 “ETF가 승인됨에 따라 자금이 지속해서 유입될 수 있는 창구가 생겨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워낙 빠르게 오른 만큼 기술적 조정이 있을 수 있고, 변동성이 높은 상태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 가격이 1온스당 2000~2330달러, 은 가격은 최대 27.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 연구원은 “은의 경우 금과 같이 ‘귀금속’의 특성도 가지고 있지만 전자기기에 활용되는 ‘산업용’ 특성도 가지고 있다. 경기가 안정적인 데다가 통화정책까지 완화된다면 금보다 은의 가격 상승 탄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은 관련 전문 매체인 실버시크의 피터 스피나 사장은 “(올해) 은 가격이 온스당 30달러를 향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19포인트(0.94%) 오른 2718.76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700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4월 22일(2704.71) 이후 처음이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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