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1970년대 뉴욕 오페라 주연…한국을 빛낸 프리마돈나
한국의 대표적 프리마돈나 이규도(사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13일 별세했다. 84세.
열 살에 KBS어린이합창단에서 노래를 시작한 고인은 이화여대 성악과 재학시절인 1962년 동아콩쿠르에서 전체 대상을 받았다. 1970년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했고 재학 중 뉴욕 아메리칸 오페라센터의 단원으로 발탁돼 뉴욕 무대에서 주역으로 노래했다.
경력에서 결정적 장면은 1971년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의 마스터 클래스다. 은퇴한 만년의 칼라스가 줄리아드 음대의 제안으로 12주 공개 레슨을 열었다. 칼라스의 명성에 300명이 지원했고 그중 25명이 선발돼 가르침을 받았다. 고인도 그중 한 명이었다. 생전 인터뷰에서 “마스터 클래스 이후 칼라스가 나에게 ‘내 학생’이라며 가르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고인은 ‘나비부인’의 ‘초초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74년 미국 디트로이트 오페라단에서 초초상을 맡은 후 70여 차례 같은 역할을 했다. 한 해 6편의 오페라에 출연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국내 공연에서는 많은 청중을 모으기로 유명했다.
오페라 무대를 넘어 국가의 주요 행사에서도 노래하며 국민에게 이름을 알렸다. TV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하는 성악가였고, 1974년 육영수 여사의 국민장에서 노래했다. 1985년에는 남북예술단 상호방문 때 평양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다. 이 교수는 6·25 전쟁 때 월남한 실향민이다.
1976년 교수 부임 후에는 스타 교수였다. 제자들과 ‘프리마돈나 여성 합창단’을 만들어 일흔 넘어까지 공연했다. 2017년에는 서울사이버대학교 석좌교수로 자리 잡았다.
고인은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의 명예음악박사 학위를 받았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대한민국 예술원상도 수상했다. 2021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됐다.
남편 고(故) 박정윤 전 한양대 음대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 음악원에서 수학한 피아니스트로 2014년 별세했다. 유족은 아들 박상범씨가 있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이며 발인은 18일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용 오늘도 신고 나왔다” 나이키 굴욕 준 ‘9만원 신발’ | 중앙일보
- "혼인신고 하면 바보"…연봉 1.3억 부부, 차라리 미혼모로 산다 왜 | 중앙일보
- 국영수 1등 엄마만 안다…숨겨진 '대치동 학원' 다 깠다 | 중앙일보
- 김창완, 23년만에 라디오 하차…"귀가 닫히는 느낌" 끝내 눈물 | 중앙일보
- "기독교 기도, 무슨 무당이냐" 강원용 목사가 호통친 이유 | 중앙일보
- "이제 5명이 가슴 만질텐데, 女환자 빤스런" 의대증원 반대글 논란 | 중앙일보
- 남친과 절친의 '잘못된 만남'…바퀴벌레 속 20대 여성 일기장엔 | 중앙일보
- "반납? 100만원 줘도 안해!"…운전면허에 자존심 건 어르신들 [르포] | 중앙일보
- 5·18 도태우, 목발 정봉주 공천 취소…여야 '막말후보' 잘랐다 [총선 리스크 비상] | 중앙일보
- "구자룡 누구냐" "황희 뭘 했나"…최대관심은 "동네 싹 갈아엎자" [총선 핫플레이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