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반미 인사 국회 진출 논란… 옛 통진당 관련 후보 최소 3명 당선 가능 [팩트체크]

양민철,박재현,박성영 2024. 3. 15. 0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례 진보당 추천 전종덕·손솔
통진당서 출마·이석기 구명 운동
‘지역’ 윤종오도 통진당 출마 전력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 윤희숙 진보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왼쪽 네 번째부터)이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현 더불어민주연합) 합의 서명식을 가진 뒤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종북·반체제 활동으로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이력 인사들의 22대 국회 입성 논란이 뜨겁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종북 위헌정당인 통진당을 부활시키고, 민주당을 통진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진당 후신으로 거론되는 진보당은 “허위 비방”이라며 한 위원장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심판 이후 10년 만에 가열된 ‘종북·반미’ 성향 인사의 국회 진출 논란을 따져봤다.

여권이 문제로 삼는 것은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포함된 진보당 및 연합정치시민회의 후보들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비례 순번 20석까지 진보당(3석), 새진보연합(3석), 시민사회 인사로 구성된 연합정치시민회의(4석) 후보를 배치할 방침이다. 14일 기준으로 당선권에 가까운 후보는 진보당 후보 3명(장진숙·전종덕·손솔)이다. 각각 비례 6·9·15번 배치가 유력하다. 지역구에선 울산 북구에 출마하는 윤종오 진보당 후보가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성공해 당선권으로 분류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4석(비례 3석·지역구 1석)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

진보당 비례 후보 3명 중 2명은 통진당 관련 이력이 있다. 전종덕 후보는 2012년, 2014년 통진당 후보로 총선·지방선거에 출마했고, 경기동부연합 출신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지도부에서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및 민중당 공동대표 출신인 손솔 후보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구명활동에 참여했다. 장진숙 후보는 2000년 이적단체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 탈퇴를 거부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수배를 받았었다. 지역구 출마자인 윤 후보도 2014년 지방선거에 통진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전력이 있다. 2017년 이 전 의원 등의 의원직 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었다.

연합정치시민회의 후보들은 ‘종북·반미’ 논란으로 낙마와 재추천을 거듭 중이다. 앞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순번에 포함됐던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과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 구례군 농민회장은 한·미 연합훈련 반대, 사드 집회 논란 등으로 자진사퇴했다. 시민회의가 이날 재추천한 후보 2명 중 1명인 이주희 변호사는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 논란이 있다.

진보당 및 연합정치시민회의 후보의 당선 범위는 조국혁신당 득표율과 맞물려 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은 득표율 33.35%로 전체 비례 의석(47석) 중 17석을 차지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최대 10석 확보가 목표다. 조국혁신당 의석수가 커지면 더불어민주연합 몫은 작아질 수 있다.

진보당은 여권의 ‘종북’ 공세에 “통합진보당과 진보당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정당”이라고 반박한다. 과거 통진당에서 활동했던 진보당 인사들에 대한 무책임한 색깔론이라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통진당 해산 이후 경기동부연합 등 민족해방(NL) 계열 인사의 일부가 진보당에서 활동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14일 “인물도 정강 정책도 같은데 다른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경기동부연합을 연구한 서적 ‘경기동부’의 저자인 임미리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는 “(진보당의) 이념적 줄기가 통진당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한·미 관계 해체’ 일부 강령 유사


진보당 지도부 9명 중 3명은 과거 통진당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하거나 통진당 지도부 경력이 있었다. 21대 현역 의원인 강성희 원내대표를 비롯해 송영주 중앙당 사무총장은 2014년 통진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낙선했었다. 정희성 진보당 노동자당대표는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당 최고위원이었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을 비롯해 오미화(전남)·오은미(전북) 광역의원 등 진보당 선출직 의원 3명도 2014년 지방선거에서 통진당 후보로 출마했었다.

진보당이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석방과 사면·복권을 주장해 온 점도 논란거리다. 이 전 의원은 이른바 ‘지하혁명조직(RO) 사건’으로 2015년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진보당은 이 전 의원이 가석방된 2021년 12월까지 ‘이석기 석방 촉구’ 성명·논평을 총 17회 발표했다. 가석방 이후에도 ‘사면·복권’ 촉구 논평을 4회 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2022년 12월 이 전 의원 사면·복권 촉구 기자회견에서 “뒤집힌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와 정치권은 진보당을 경기동부연합과 NL 계열 세력이 포함된 정당으로 평가한다. 해산된 통진당의 명맥이 민중당을 거쳐 진보당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민중당은 2017년 10월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합당해 만들어졌다. 2020년 6월 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NL 계열 정치권 관계자는 “세부 구성원만 일부 달라졌을 뿐 통진당과 민중당, 진보당의 뿌리는 같다”고 말했다.

진보당 인사들도 통진당과의 관련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정희성 노동자당대표는 2020월 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정신을 올곧이 계승한 정당이 민중당(현 진보당)”이라고 했다. 민중당 광주광역시당은 2018년 4월 페이스북에 “박근혜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이 민중당으로 돌아왔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일각에선 진보당 강령과 옛 통진당 강령의 유사성을 지적한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자주국가’(진보당 강령)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자주적 민주정부’(통진당 강령 전문) 등이다. 한·미 관계에선 ‘종속적 한·미동맹 체제의 해체’(통진당 강령 본문 44항)와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해체’(진보당 강령)를 촉구하는 대목이 있다. 자본과 관련해서도 ‘초국적 독점자본’(통진당 강령해설자료집)과 ‘초국적 자본 및 재벌의 독점경제를 해체’(진보당 강령) 등의 표현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통진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북한식 사회주의’로 판단했었다.

하지만 통진당 관련 인사들의 국회 입성을 바라보는 전문가들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허영 석좌교수는 “민주당이 비례 후보 공천을 다시 판단하거나, 법무부가 헌재에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법 제40조는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의 강령(또는 기본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임미리 박사는 “진보당 등 관련 인사들이 옛 통진당 시절 주장을 설파할 수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세력을 확대하긴 어렵다.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비판과 검증 대상이 된다”고 했다.

‘연대’ 맞지만 ‘직접적 관계’ 없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보당과 연대하는 배경에 정치적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의 정치적 지원을 받아 당선됐고, 그 인연으로 22대 총선에서 진보당에 비례대표 후보 3석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은 “경기동부연합 등이 이 대표라는 정치인을 숙주로 국회까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가 민주당을 숙주 정당으로 내주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희숙 상임대표는 “연일 진보당에 대해 ‘종북’ ‘간첩 전력자’ 등 허위 비방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경기동부연합 인사들과 정치적 연대를 한 것은 사실이다. 2010년 선거에서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이 이 대표와 함께 출마했는데,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후보를 이 대표로 단일화했다. 이 대표 당선 이후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은 인수위원회에 다수 진입했다.

국민일보가 당시 성남시장 인수위 명단을 분석해 보니 김 전 의원을 비롯해 백승우·박우형·윤원석·한용진·이용대 등 통진당 계열 인사들이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전 의원은 인수위원장을 맡았고, 그의 남편이자 경기동부연합 인사인 백승우 전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은 인수위 간사를 역임했다.

이석기·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우형씨는 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냈다. 박씨는 이 전 의원의 최측근 인사로 두 사람은 성일고 선후배 사이다. 이 전 의원이 이사로 있던 ‘민중의소리’ 대표 윤원석씨는 인수위 대변인을 맡았다. 한용진씨는 경기동부연합 공동의장 출신으로 민혁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인사다. 당시 성남시장 인수위에는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 부실장과 김현지 보좌관도 인수위 간사로 참여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경기동부연합 등 통진당 인사와의 연대 논란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이 대표는 2013년 10월 성남시의회에 출석해 “그들과 연대를 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세력 전체와 연대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종북세력과 연대한 사실이 없으며 향후에도 시대착오적이며 국민 정서에 반하는 종북세력과는 연대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었다.

이번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협상 과정에 이 대표가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대표와 직접적 관계가 있는 진보당, 경기동부연합 인사들도 밝혀진 바는 없다. 당시 성남시장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경기동부연합 계열 인사들은 현재 대부분 직을 맡지 않고 있거나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은 약국을 운영하고 있고, 이용대씨 등은 병상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NL 출신 관계자는 “대부분 바깥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며 “시간이 너무 흘러서 경기동부연합의 색채는 희미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진보 연합정당을 최초 제안한 곳은 지난 1월의 기본소득당(현 새진보연합)이다. 이후 연합정당 추진단장을 맡은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과 더불어민주연합 구성 논의를 진행했다.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진보당은)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원내에 들어온 정당”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소수정당을 배려하기 위해서 그렇게 협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진보당에 3석을 보장하는 것은 당대표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이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후보 공천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소수정당의 원내 입성 활성화라는 취지에는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헌재에서 해산명령을 내린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과 함께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진보당 전신인 민중당이 이해찬 민주당 지도부과 연대 협상을 주장했지만 이해찬 당시 대표가 이를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진보당과의 연대 과정에서도 민주당 내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21대 총선 당시 진보당과 연대하는 것은 무조건 마이너스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현 지도부에서 협상한 결과는 그때와 정반대”라고 말했다.

팩트체크팀=양민철 박재현 박성영 기자 list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