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막말 리스크' 도태우·정봉주, 결국 모두 날아갔다

국힘, 도태우 과거 망언 계속 나오자 공천 취소... 민주, 정봉주 '거짓 사과' 불거지자 재추천하기로

[곽우신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이 각 당 최대 악재로 꼽혔던 후보들의 공천을 결국 취소했다.

국민의힘은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 개입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도태우 변호사(대구 중구·남구)의 공천을 14일 늦은 오후 취소했다. 공교롭게도 약 10분 가량의 간격을 두고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취지의 공지를 전했다. 서울 강북구을에 공천됐던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재추천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

[국민의힘] "사과문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 추가로 드러나"

▲ 도태우 국민의힘 대구 중남구 예비후보.

도태우 변호사가 문제가 된 건 새롭게 드러난 다른 막말 탓이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미화 발언으로 재차 도마에 오른 데 이어, 과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부적절하게 비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도 변호사는 지난 2019년 8월,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 "국익의 적"이라며 "죽으면 기이한 행동을 그만하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고 노 전 대통령에게도 "뇌물 혐의가 있는 정치인이지만 죽음으로 영웅이 됐다"라고 비난했다.

앞서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데 대해서는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고, 그의 공천을 재검토하던 당도 '진정성'을 신뢰한다는 취지로 공천을 유지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과거 발언들이 언론 보도를 타며 리스크가 되자 결국 공천을 최소한 것이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14일 저녁 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제22차 회의 결과를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들은 "금일 공천관리위원회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도태우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라며 "도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관위는 공천자가 국민정서와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한 경우 등에는 후보 자격 박탈을 비롯해 엄정 조치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봉주, 목함지뢰 피해용사에게 거짓사과 논란으로 심려 끼쳐"

▲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정봉주 예비후보.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본부도 박성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당 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알렸다.

정봉주 전 의원은 두 번의 사과문을 올리며 과거 'DMZ 목발 경품' 발언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가 13일 첫 번째 사과문에서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영상 등을 즉시 삭제한 바 있다"라고 언급한 게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당사자들이 모두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라고 공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TV조선과 <동아일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2015년 8월 육군 제1보병사단 소속으로 DMZ 순찰 도중 목함지뢰에 의해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 그리고 그를 구하려다가 추가 폭발로 다리를 잃은 김정원 상사 모두 정 전 의원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과거의 발언'으로 치부하던 민주당 역시 '거짓 사과' 가 논란이 되자, 관련 문제 검토에 들어갔다. 정 전 의원은 14일 올린 두 번째 사과문에서 "저의 발언 이후 당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저의 발언을 비판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하셨다"라며 "저는 목함 지뢰로 사고를 당한 아픈 경험이 있는 이종명 의원에게 유선상으로 사과를 드렸다"라고 밝혔다. 즉, 본인이 사과한 '당사자'는 해당 군장병들이 아니라 이 전 의원이었던 것.

정 전 의원은 "하지만 당시 사고를 당한 김정원 상사와 하재헌 전 하사의 연락처는 구하지 못해 직접적인 사과는 못 했다"며, 본인의 첫 번째 사과문이 "두 분의 피해 용사에게 직접 사과한 듯한 표현으로 두 분께 또 다시 심려를 끼치고 상처를 드렸다"라고 시인했다. "다시 한 번 두 피해 용사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도 덧붙였지만, 당 안팎의 여론을 바꾸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