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마르케스의 유작… 사후 10년 만에 전세계 동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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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신은 부서져 마지막 먼지가 되었고, 벌레 먹은 골격만이 남았다. 무덤 파는 용역 인부들은 빗자루로 골분(骨粉)을 쓸어서 유골 자루에 아무렇게나 담았다."
소설의 주인공 아나는 매년 8월 16일 글라디올러스 한 다발을 가지고 카리브해의 한 섬에 있는 어머니의 무덤을 찾는다.
평범한 주부로 살던 아나는 일 년 중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단 하룻밤만 규범과 구속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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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민음사, 184쪽, 1만6000원
“마침내 시신은 부서져 마지막 먼지가 되었고, 벌레 먹은 골격만이 남았다. 무덤 파는 용역 인부들은 빗자루로 골분(骨粉)을 쓸어서 유골 자루에 아무렇게나 담았다.”
소설의 주인공 아나는 매년 8월 16일 글라디올러스 한 다발을 가지고 카리브해의 한 섬에 있는 어머니의 무덤을 찾는다. 어머니의 기일에 맞춰 섬에 갈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 아나는 어느 날 어머니의 유골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유고작 ‘8월에 만나요’가 그의 사후 10주기인 지난 6일 전 세계 동시 출간됐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소설의 1장은 1999년 콜롬비아 시사 주간지 ‘캄비오’에 발표됐으나 마르케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완성작은 공개되지 않았다.
평범한 주부로 살던 아나는 일 년 중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단 하룻밤만 규범과 구속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마주한다. ‘8월에 만나요’는 여성의 관점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면서도 대표작 ‘백년의 고독’과 마찬가지로 고독과 욕망을 다룬다.
아나가 묵는 섬의 호텔 바에 울려퍼지는 드뷔시의 ‘달빛’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황제 왈츠’, 섬으로 여행할 때 아나가 가지고 다니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나 존 윈덤의 ‘트리피드의 날’ 등은 음악과 문학에 대한 마르케스의 사랑을 보여준다.
아나가 어머니의 유해를 바라보는 장면은 단순히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바라보는 게 아니다. 어머니의 시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아나는 어머니와 자신의 공통된 운명을 이해하게 된다. 관이 열렸을 때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을 지녔던, 살아있을 때의 어머니를 보았다”는 대목에선 마르케스 문학 특유의 마술적 사실주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마르케스는 1927년 콜롬비아 아라카타카에서 태어났다. 콜롬비아대에서 법을 공부하다 중퇴하고 정치적 혼란 속에서 자유파 신문 ‘엘 에스펙타도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954년 특파원으로 파견돼 이탈리아 로마에 있던 중 콜롬비아의 부패한 정치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이후 파리, 뉴욕, 바르셀로나, 멕시코 등지에서 자발적 망명 생활을 했다.
첫 소설 ‘썩은 잎’(1955) 이후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불행한 시간’ 등 저항적이고 풍자 정신이 넘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1967년 ‘백년의 고독’을 집필하고 로물로 가예고스 국제 문학상을 받았다.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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